무대도, 조명도, 관객도, 대본도 없었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유희열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등장해 피아노 앞에 앉았다. 연주를 했고 노래를 불렀다. 이런 광경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단출한 구성이었지만 그가 전하려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는 공연이었다.
지난 11일 저녁 8시부터 40분간 열린 유희열의 온라인 공연은 그가 이끄는 음악 레이블 안테나뮤직이 선보이는 ‘랜선 페스티벌’의 일환이었다. 페스티벌은 ‘에브리싱 이스 오케이, 위드 안테나(Everything Is OK, with Antenna)’로 명명됐다.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펼쳐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기획된 이벤트였다. 유희열은 “지금은 모두 힘들지만 버티다 보면 언젠가 다 함께 손을 잡고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공연장을 빌릴까 고민도 했어요. 하지만 녹음실에서 ‘맨얼굴’을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더군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면 마음껏 걷고 싶어요. 지금은 소박한 공연을 준비했지만 언젠가는 다 함께 모여 점프하면서 음악을 즐겼으면 해요.”
안테나뮤직이 기획한 페스티벌은 이 레이블 소속 뮤지션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릴레이 공연이다. 유희열과 싱어송라이터 이진아가 11일 공연을 선보인 데 이어 12일에는 피아니스트 윤석철의 공연이 펼쳐진다. 페스티벌은 18일과 19일에도 열린다. 정재형 정승환 박새별 등이 출연한다.
안테나뮤직 외에도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공연’이 불가능해지자 음악 레이블들은 저마다 개성 넘치는 ‘랜선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레이블 해피로봇 레코드와 광합성, 공연기획사 민트페이퍼 등이 속한 주식회사 엠피엠지는 13~17일 ‘온 에어 인 뉴 엠피엠지(ON AIR IN NEW MPMG)’라는 이벤트를 선보인다. 밴드 쏜애플은 토크 콘서트를 하고, 밴드 솔루션스는 레코딩 현장을 공개한다. 옥상 공연이나 ‘노래방 라이브’를 선보이는 뮤지션도 있다. 해피로봇 레코드는 “편안하게 소통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힙합 레이블 AOMG도 12일 소속 아티스트와 주변 친구들이 함께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을 연다. AOMG에는 래퍼 사이먼 도미닉, 로꼬, 그레이 등이 소속돼 있다. AOMG는 “공연을 통해 모금한 기부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 계층에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