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대형 유흥업소 ‘ㅋㅋ&트렌드’에서 지난 2일 여 종업원이 첫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12일 현재 추가 확진자는 단 한명뿐이다. 그것도 룸메이트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업소에서의 2차 감염은 제로에 가깝다.
문제가 된 유흥업소가 하루에도 수백명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했을까. 답은 서울시의 신속대응단과 정부의 역학조사지원시스템에 있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이 유흥업소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자 즉각 신속대응단을 구성하고 해당 업소를 폐쇄했다. 업소의 특성상 다수의 밀접 접촉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집단 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흥업소 단속에 경험이 많은 이들이 대응단에 참여해 접촉자 명단을 신속하게 확보한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역학조사반이 첫날 투입되자마자 직원, 손님 등 117명의 접촉자 명단을 확보했다. 이어 자료분석반이 GPS(위치정보시스템), 카드사용내역 및 DUR(의약품안전서비스) 조회를 통해 감염원을 추적하고 확진자 동선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역학조사반이 현장을 방문해 CCTV를 확인하고 접촉자 범위를 확정했다. 마지막으로 접촉자관리팀이 접촉자에게 유선으로 전화해 자가격리를 통보하고 발열 등 증상여부를 매일 체크하고 있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신속대응단이 발생 초기부터 역학조사, 자료분석, 접촉자 관리 등 각 단계마다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에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스마트시티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학조사지원시스템의 도움도 컸다. 확진자의 위치정보, 카드사용 내역 등 데이터에 대한 실시간 분석을 통해 확진자 이동경로를 신속히 파악하게 하고, 확진자들 동선에 대한 시공간 분석을 통해 전염경로 및 전염 핫스팟 지역을 찾아내기 위한 시스템이다. 기존의 역학조사 분석은 확진자 등의 위치정보를 보건복지부장관이 경찰청에 요청하면 경찰청이 18개 지방경찰청과 관할경찰서를 경유해 개별 통신사에 재요청하는 과정 등을 거치기 때문에 최대 24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활용하면 온라인으로 위치정보, 카드사용내역 등의 접수·승인·송부까지 일괄처리할 수 있어 10분 이내에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국토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2월 말 개발에 착수해 한달 만에 시스템을 만들어 지난달 26일 질병관리본부로 이관했다. 이어 지난 10일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30여개 해외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온라인 브리핑을 열어 시스템의 작동 방식 등을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국가에 적극 컨설팅해 주고, 기술 수출도 추진할 방침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