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13% 인상안 거부…한미동맹 악영향”

입력 2020-04-12 08:39 수정 2020-04-12 08:42
로이터통신 “트럼프 한국 인상안 거부”
“트럼프, 미국 국방·국무장관과 협의 후 결정”
“협상 진전됐으나 트럼프가 반대”
코로나19에다 대북 대비태세 약화 우려
11월 미 대선까지 갈수 있다는 장기화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과 관련해 전년도 대비 최소 13%를 인상하겠다는 한국 측 제안을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한·미 대비태세 약화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 결정은 한·미 관계를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큰 위험요소는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4·15 총선을 앞두고 최고의 제안으로 제시했던 전년도 대비 최소 13% 인상안에 대해 이미 거부했다고 2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 결정은 지난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6일 대화 상대인 정경두 국방장관에 전화를 걸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더 많은 부담을 원하는 한·미 방위비 협상에 대한 신속한 타결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한·미 간 간극도 확연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보다 경제규모가 큰 한국이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반면, 한국은 미국이 (동맹이 아니라)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거래상의 파트너가 됐다는 인식이 부딪히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7∼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던 한·미 분담금 협상을 거론하면서 “한국이 마침내 제안을 내놓았을 때, 그것은 감동을 주지 못했지만, 한·미가 긴박한 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고 있어 합의가 충분히 좋을 수 있다는 약간의 희망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억제의 모델로 제시된 한국은 미국에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만들어줄 수 있으며, 주한기군의 코로나19 진단을 도울 수 있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코로나19 대응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한·미 간 협상이 진전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틀어졌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방위비 협상 타결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한국의 4·15 총선 이전에 합의가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 수준을 낮출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올 여름을 지나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 임박한 시점에 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미국이 서울에서 80분 만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왔던 지난해 11월 19일 협상 당시 한국이 실제 분담액을 삭감하는 제안을 했으며, 이러한 제안이 미국을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 당국자는 삭감 제안을 부인했으며 미국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기억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미 분담금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당국자는 “한국과의 협상은 진행 중”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있는 우리의 동맹들이 더 기여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기대를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우리의 한국 파트너들과 함께 동맹과 우리의 연합 방위를 장래에 강화할 상호 이익이 되고, 공평한 합의를 지속해서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1일 한·미 방위비 협상 타결이 입박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미국이 이를 부인하면서 방위비 협상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