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는 아프리카를, 美는 아시아를…코로나發 인종주의 광풍

입력 2020-04-11 16:27 수정 2020-04-11 16:36
지난달 4일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한 흑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옮긴다며 아시아인 승객을 향해 스프레이를 난사하는 영상 모습.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전세계에 유행하면서 지역마다 감염 공포로 인한 인종차별적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기존에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이뤄지던 아시아인 차별에 더해 중국 내에서는 아프리카 출신을 향한 차별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 CNN방송은 11일(현지시간) 중국 광저우에 거주 중인 아프리카 국가 출신 20여명을 인터뷰해 현지 인종차별 사례를 보도했다. 이들은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나거나 숙박을 거부당하는가 하면 확진자 접촉이나 증상이 없었음에도 임의로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강요받았다.

중국 내에서 아프리카 국적자를 향한 인종차별 사레는 최근 들어 심해지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일 코로나19 해외 유입이 이뤄지는지 여부를 살피라고 지시 내렸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중국 외무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으로 해외 유입된 사례중 90%가 중국 여권 소지자다.

광저우에는 중국 최대 아프리카 거주지역이 있다. 지난 4일 한 나이지리아 국적 감염자가 병원 내 격리에서 이탈하려는 걸 막으려는 중국인 간호사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중국 내 SNS에 널리 퍼지면서 이들을 향한 반감이 심해졌다. 지난 7일에는 나이지리아 국적자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 시점까지 광저우에는 해외 유입 확진 사례가 111건 발생했다. 이중 28명은 영국, 18명은 미국 국적자였다. 그러나 CNN은 이들에겐 강제 검사 혹은 거주지에서 쫓겨나 추가 격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광저우 지방 정부와 행정당국은 CNN의 확인 요청을 무시했다.

2009년부터 광저우를 오간 한 나이지리아 출신 무역상은 CNN에 “광저우에 최근 입국한 뒤 2주간 지정 호텔에 격리됐다. 격리되었다 나오니 호텔들이 모두 숙박을 거부해 노숙자 신세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인 집에 머무를 때까지 이틀을 노숙해야 했다. CNN은 직접 호텔마다 아프리카 출신 숙박 가능 여부를 확인한 결과 12곳 중 10곳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한 나이지리아인은 여자친구와 함께 오후 7시 메신저 ‘위챗’을 통해 오후 8시까지 살던 방을 비워달라고 집주인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방을 금방 비우지 않자 오후 10시에 주인은 수도공급을 끊어버렸다. 한 보츠와나 유학생은 6개월 간 출국한 적이 없고 확진자 접촉이나 증상이 없었는데도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학에서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당했다.

광저우와 홍콩 인근에 위치한 선전시에 사는 한 세네갈 출신 남성은 갑작스레 집에 방문한 공무원으로부터 병원에 방문해 검체 검사를 받으란 통보를 받았다. 함께 사는 캐나다 국적자 아내는 같은 요구를 받지 않았다. 둘 모두 중국을 지난 1년간 나간 적이 없는데도 벌어진 일이었다.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 관련해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범죄가 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최근 2세, 6세 아동을 포함한 아시아인 가족이 병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19세 백인 남성의 칼에 찔렸다. 뉴욕 퀸즈에서는 열살 짜리 아들을 버스정류장에 데려다주던 47세 아시아인 남성이 같은 이유로 한 44세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또 51세 아시아인 여성이 버스에서 10대들에게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59세 남성이 13세 소년에게 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27일 미 ABC방송은 미 연방수사국(FBI) 보고서를 입수해 FBI가 미국 내에서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범죄 증가 추이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