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18세 투표’를 마친 강민우(18)군은 “칼을 가는 심정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2가1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강군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투표권 독려운동을 펼치고, 4년 전 총선 때는 청소년 모의투표에도 직접 참여했다”면서 “꿈에 그리던 투표권을 행사하니 벅차고 기쁘다”고 말했다.
강군은 “내 나이 또래 수많은 친구들이 피해자가 된 ‘n번방 사건’만 봐도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률이 끊임없이 보완돼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나의 한표가 단순히 표 행사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정책과 법을 만드는 데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만18세 이상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18세 새내기 유권자’ 중엔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부터 적극적으로 투표장을 찾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투표장에서 만난 18세 유권자들은 대부분 수험생임에도 후보들의 공약도 비교적 꼼꼼히 읽어보고 부족한 시간을 쪼개 투표장을 찾았다.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고3 권모(18)양은 “공부하느라 바쁘지만, 그래도 공약은 꼼꼼히 읽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어렵게 애써서 와서 투표 했으니까 뽑힌 사람들이 다 잘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투표를 마친 권양은 “바로 다시 독서실에 공부하러 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18세 유권자들은 ‘네가 뭘 하느냐’는 부모님 세대의 편견과 맞서야 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고3 차모(18)양은 “어머니가 ‘너는 정치적 가치관도 없는데 무슨 투표를 하느냐’며 처음엔 청소년 투표권에 반대했는데, 선거공보가 집에 온 후엔 어머니와 함께 읽어보면서 각자의 정치적 의견을 깊이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장에 직접 가보니 그것 자체로도 공부가 됐다. 나이가 많든 적든 한 사람이 가지는 투표의 힘은 똑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맞이한 투표권이 어색하고 당황스럽다는 학생도 있었다. 고3 장모(18)양은 “투표를 하려고 줄을 섰는데 내가 제일 어려 보여 뭔가 주눅들기도 했다”며 “이번엔 부모님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 선택 했지만 성인이 되면 보다 더 주체적으로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