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명 죽는 동안…‘불황 베팅’ 헤지펀드 3612% 수익

입력 2020-04-10 16:1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급증으로 '장례 대란'을 겪는 에콰도르 과야킬의 한 공동묘지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장의사들이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구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9만5000명을 넘어서고, 세계 경기가 휘청이는 가운데 헤지펀드들은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붕괴’에 베팅한 미국 마이애미의 한 헤지펀드사는 지난달에만 3612%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노동총연맹인 노동조합회의(TUC)의 프랜시스 오그래디 사무총장은 이날 “런던의 한 헤지펀드사가 코로나19의 경기 침체를 예측하고 주가지수 하락에 베팅해 24억 파운드(약 3조6000억원)를 벌었다”고 비난했다. TUC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상급 단체로 영국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조직이다.

오그래디 사무총장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수십억 달러를 긁어모으고 있을 때 목숨을 걸고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노동자들은 매일을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뉴욕 월가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그가 지목한 헤지펀드사는 영국의 유명 투자가 조너선 루퍼가 설립한 ‘루퍼 인베스트먼트’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세계 주식시장이 붕괴되며 24억 파운드가량을 벌어들였다.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미 월가의 투자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가 자문가로 있는 한 헤지펀드사는 지난달에만 3612%의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거뒀다. 4000%대의 수익률을 거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랜시스 오그래디 영국노동조합회의(TUC) 사무총장. 연합뉴스

오그래디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가면 우리는 보다 평등한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 슈퍼리치들은 정당한 몫을 지불하고, 일반 노동자들은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과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