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7명의 후보가 경합하는 격전지 제주시갑 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후보의 ‘대통령 4·3 해결 약속 요청’ 발언 논란이 막판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송 후보는 사과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제주에선 제주시갑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송재호 후보의 ‘입’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까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송 후보가 현 정부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한 발언이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 경쟁 후보들은 청와대에 분명한 입장 발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송 후보는 지난 7일 제주시민속오일장 앞 거리유세에서 자신이 문 대통령에게 4·3 추념식에 참석해 배·보상과 4·3특별법 개정을 약속해달라고 사전에 요청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앞서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해 제주도민들에게 4·3특별법 개정 촉구 등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한 것에 자신의 역할이 컸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현직 대통령이 총선 후보자인 자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말로도 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쟁 후보들은 반발했다.
미래통합당 장성철 후보는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송 후보는 대통령을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시켰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장 후보는 “송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과 희생자 배·보상 약속이 송 후보의 요청으로, 송 후보를 위해 해준 것처럼 보일 수 있게 발언했다”며 “중립적인 자세를 지켜야할 대통령을 자신을 위해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를 향해 송 후보의 망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수사기관과 선관위에는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를 요청했다.
같은 날 정의당 고병수 후보 측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송 후보의 발언이 사실이면 마치 송 후보가 대통령의 동선과 메시지를 사전에 조율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빌미가 된 최순실이 연상되는 대목”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제주도의회 의장 출신의 무소속 박희수 후보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송 후보가 대통령을 끌어들여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민주당이 이처럼 문제가 된 송 후보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 모르겠다”며 당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고발 조치를 예고했다.
10일에는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가 문 대통령의 해명과 송재호 후보의 사퇴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송 후보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송 후보는 지난달 19일 제주지역 한 방송사가 주최한 제주시갑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평화와 인권이 밥 먹여주냐”는 노골적인 표현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정의당 고병수 후보가 국제자유도시정책의 난개발 문제를 지적하자 수익의 관점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나온 것이다.
송 후보는 즉각 “논쟁 과정에서 나온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그가 과거 제주에서 곶자왈(숲)을 지키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했고 현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전력에 비추어 도민들에 놀라움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제주시갑은 21대 총선 격전지 중 한 곳이다. 제17~20대 4선을 지낸 강창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송재호(더불어민주당)·장성철(미래통합당)·고병수(정의당)·문대탄(우리공화당)·현용식(무소속)·박희수(무소속)·임효준(무소속) 후보가 출사표를 냈다.
앞서 공천과정에서는 민주당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송재호 후보를 전략적으로 공천하자, 박희수 전 제주도의회 의장이 이에 반발하며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박 후보는 송 후보에 대해 4·3당시 대동청년단 표선면지역 총책이었던 부친이 학살과 관계없다는 자료를 요구하며 바짝 날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 통합미래당은 경선에 참여했던 고경실·구자헌·김영진 예비후보가 장성철 후보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원팀 체제를 완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송 후보가 잇따라 실언을 하면서 지난 17대 총선 이후 민주당이 도내 3개 선거구를 모두 장악해 온 제주 표심의 승패가 어떻게 나타날 지 결과가 주목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