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러 경제주체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 시중에 남아도는 돈은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통화량(M2 기준)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2%로 지난 2016년 2월(8.3%)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전 달과 비교하면 0.4%포인트 상승했다. 이로써 2월 중 시중 통화량은 2954조6000억원에 이른다. M2란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M1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을 모두 포함하는 통화지표다.
이번에 증가한 통화량 중에는 시중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대기성 자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기금융상품에 해당하는 MMF는 전월 대비 12조7000억원 증가했고,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은 10조8000억원 증가했다.
M2 보유량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10조원, 기타 금융기관이 9조5000억원, 기업이 4조3000억원으로 모두 늘었다. 한은은 “2월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금융기관의 대기성 자금 예치가 많이 증가했고, 가계대출이 늘면서 단기자금이 유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자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계 등의 여윳돈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중의 돈은 충분한데 가계 소비와 기업의 생산 및 투자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 정부의 자금 투입에도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