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수술 도중 출생한 신생아를 숨지게 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의사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를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헌재도 임신 22주가 넘은 산모에 대한 낙태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1부(부장판사 김선희)는 10일 살인 및 업무상촉탁낙태,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에게 징역 3년6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34주차 임신부에게 제왕절개 방식으로 낙태 수술을 시행하던 중 아이가 살아있는 채 태어났는데도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심장이 좋지 않다’ ‘산모 뱃속에서 사산됐다’는 내용을 허위로 기록한 혐의도 있다.
A씨 측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들어 업무상촉탁낙태죄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당시 헌재는 올해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낙태죄 조항을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결정했었다.
재판부는 “헌재가 정한 입법시한이 경과하지 않았다”며 낙태죄의 효력이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재는 임신 22주의 기간이 넘는 산모에 대한 낙태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며 “임신 34주의 산모에 대한 피고인의 낙태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산모가 미성년자이고 모친이 산모가 강간당해 임신당했다고 주장해 낙태를 요구한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출생한 지 얼마 안 된 미숙아라 해도 생명은 존엄하고 고귀한 것으로 경시될 수 없다”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병원 직원 등을 접촉해 출산 당시 아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허위진술을 종용했고,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게 한 점도 죄질이 좋지 않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