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중 울음 터뜨린 아기 죽게 한 의사, 징역 3년 6개월

입력 2020-04-10 13:29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불법 임신중절 수술 중 살아난 신생아를 의도적으로 숨지게 한 산부인과 의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의 보석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태아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낙태 시술에 참여했던 간호조무사 등의 진술은 일관되게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한다”며 “피고인이 살아있는 상태로 나온 아이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 측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관련 헌법불합치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지만, 헌재에서 정한 입법 시한이 도래하지 않아 낙태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산모가 미성년자이고 모친이 산모가 강간당해 임신당했다고 주장해 낙태를 요구한 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면서도 “태아가 살아나올 수 있음을 예견했고, 산채로 태어났음에도 아무 조치 없이 아이를 사망케 한 범행은 비난 정도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출생한 지 얼마 안 된 미숙아라 해도 생명은 존엄하고 고귀한 것으로 경시될 수 없다”며 “수사과정에서 병원 직원 등을 접촉해 출산 당시 아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허위 진술을 종용했고,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게 한 점도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의 한 산부인과 원장인 A씨는 지난해 3월 임신 34주의 태아를 제왕절개 방식으로 낙태를 감행하다 아이가 산 채로 태어나자 의도적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태아가 산모의 배 속에 있던 기간은 34주에 달했고, 출산 시 생존할 확률은 99%였다. 이런 상태의 태아를 죽이는 것은 낙태를 빙자한 살인행위”라며 A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A씨는 법정에서 불법 낙태 시술을 하고 아이의 시신을 훼손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시술 당시 태아의 건강 상태가 이상이 없었다거나 생존 확률이 높았다는 검찰의 주장은 부인하며 적극적 의미의 살인이 아니라고 항변해왔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