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의무를 위반해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이 100명에 육박했다. 자가격리 이탈 사실이 들통 나 지방자치단체가 고발하거나 주민들이 신고하거나 경찰이 인지한 피의자 또는 피내사자들이다.
경찰은 10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87건을 수사 중이며 관련 피의자는 모두 96명(9일 오후 5시 기준)이라고 밝혔다. 이 중 10명(9건)은 이미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9일 오후 5시 이후에도 여러 지자체에서 추가로 파악된 자가격리 이탈자를 고발하겠다고 발표한 터라 자가격리 위반 수사 대상은 곧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자가격리 이탈자들의 ‘사유’는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나 하나쯤 괜찮겠지’라거나 ‘휴대전화를 놓고 나가면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찰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경우였다. 일부는 무단 이탈 사실을 자랑스레 SNS에 게시했다가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20대 여성 A씨(서초구 36번 확진자)는 스타벅스의 유혹을 참지 못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서초구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미국에서 입국한 이 여성은 미국발 비행기에 동승한 승객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기내 접촉자로 분류돼 지난 4일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스타벅스 커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날 오후 강남의 한 스타벅스와 고깃집을 찾았고, 5일과 6일에도 모두 세차례 똑같은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했다. A씨는 지난달 31일 ‘음성’으로 나왔던 코로나19 1차 검사의 결과를 너무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가격리 해제를 앞둔 지난 7일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돼 서울 보라매병원으로 이송됐다.
낚시 때문에 처벌 위기에 놓은 사람도 여럿이었다. 서울 송파구에 따르면 지난 4일 필리핀에서 입국한 B씨와 C씨는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이천에 있는 낚시터에서 밤낚시를 즐기고 다음날 새벽에 귀가했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집에 놓아두고 가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알았던 듯했다. 하지만 보건소의 자가격리 지원품 배송 전화에 이들의 짧은 일탈은 드러나고 말았다. 전북 완주군에서도 미얀마에서 입국한 50대 남성이 지난 7일 오전부터 휴대전화를 집에 놔두고 낚시터를 방문했다가 지자체와 경찰의 ‘불시검문’에 걸리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시민들의 신고로 자가격리 위반자가 적발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일 필리핀에서 입국한 충북 청주의 20대 여성 D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단이탈 인증샷’을 올렸다가 수사 대상이 됐다. 이 여성은 지난 4일 자가격리 기간 중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밖에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를 본 누군가가 D씨를 국민신문고에 신고했다.
이들 외에도 상식 밖의 이유로 자가격리를 위반하는 사례가 속속 적발되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서는 70대 약사가 자가격리 지시를 무시하고 약국에 출근하면서 직원에게도 출근을 강요했다가 적발됐다. 부산에서 자가격리를 위반한 남성은 방송사 기자와 대화하던 중 “자가격리자인데 외출해 돌아다녔다”고 말해 위반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5일부터 감염병예방법이 개정 시행됨에 따라 현재는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