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려고 열흘 만에 집 밖에 나왔어요” 코로나19도 막지 못한 사전투표 열기

입력 2020-04-10 11:29
유권자들이 10일 오전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서울 강북구 미아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강보현기자

이틀간 진행되는 제21대 총선의 사전투표가 10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이날 오전부터 투표장을 찾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사전투표율은 3.7%로 4년 전인 20대 총선 1.7%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투표장을 찾은 시민들의 연령층은 다양했지만,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60대 이상 고령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주민센터에서 만난 정모(67)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열흘 동안 집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오늘은 사전투표하러 나왔다”며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얼른 집에 돌어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이모(85) 할머니는 “딸이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투표하려고 몰래 나왔다”고 말했고, 임중호(76)씨는 “15일 투표 때는 사람이 몰릴까봐 일부러 사전투표일에 왔다”고 전했다.

이날 투표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눈에 띄었다. 미아동주민센터 투표장 안내요원들은 얼굴 전체를 덮을 수 있는 투명 마스크를 쓰고 유권자들을 맞이했다. 주민센터 로비에서부터 발열체크가 이뤄졌고, 유권자들은 손소독제를 바르고, 일회용 장갑을 착용한 후에야 투표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주민센터 외부에 발열 증상을 보인 유권자를 위한 임시기표소가 마련돼 있다. 강보현기자

지난 선거 때는 신분증 검사와 함께 지문 인증도 병행했는데, 올해는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략됐다. 또 건물 외부에는 임시기표소 한 곳이 마련돼 있었는데, 발열 증상을 보이는 유권자들이 따로 투표하는 곳이었다.


‘사회적 거리유지’ 노력은 투표장안에서도 이어졌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주민센터의 사전투표소는 4층에 위치했는데, 계단은 아예 폐쇄하고 엘리베이터만 이용하도록 했다. 1층 로비 바닥에는 1미터 남짓 간격으로 청테이프를 붙여놓아 유권자들이 최소한의 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다만,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몰리자 우왕좌왕 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오전 8시30분쯤 미아동주민센터 2층 투표소에 갑자기 8명의 유권자가 한번에 몰려들자 발열체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발열체크를 하는 안내요원이 일일이 “체크하셨느냐”고 몇차례 물었고, 이미 검사한 사람을 다시 검사하는 일도 있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