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맞아 기독 학생들 ‘사회적 거리두기’ 버전 합창 영상 만들어

입력 2020-04-10 11:01 수정 2020-04-12 12:39
학생들이 각자 보내온 영상들을 편집해 온라인 합창으로 만드는 모습. 한동글로벌학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기독 학생들이 고난주간을 맞아 찬양곡 ‘그가 오신 이유’를 ‘사회적 거리두기’ 버전 합창 영상으로 만들었다. 함께 모여 부르는 일반적인 합창과는 달리 해당 영상에는 70여명의 학생들이 각자 처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경북 포항에 있는 기독교 대안학교 한동글로벌학교의 재학생들이 10일 자신들이 만든 합창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파트를 부르는 장면을 촬영한 뒤 이를 하나로 취합하는 방식으로 합창 영상을 제작했다.

한동글로벌학교는 지난 10년간 부활절마다 뮤지컬 등 공연을 준비해 지역 사회에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왔다. 코로나 19 여파로 올해는 공연이 힘들어지자 대신 준비한 것이 바로 이 합창이다. 11학년(고2) 40여명, 12학년(고3) 30여명이 참여했다.

학생들과 함께 이 영상을 제작한 한동글로벌학교 서지훈 음악 교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학교에 오지 못하는 학생들과 부활절을 앞두고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서로 다른 공간에 있어도 하모니를 이루며 하나의 합창을 완성해 가는 모습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70명이 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만드는 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박자가 미묘하게 달랐고, 숨을 쉬는 곳도 다 달랐다. 음정이 틀린 학생들도 있었다. 서 교사는 박자를 맞추고 음정을 조정하는 작업만 이틀 밤을 새웠다고 했다. 먼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로 학생들을 분류했고, 한 명 한 명 음을 맞췄다.

서 교사는 그러나 작업하는 과정이 감동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 소리가 다른데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감동이 있었다”며 “파트별로, 2부로, 4부로 묶었을 때 그때마다 감동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반주를 덧입히는 작업은 이 학교 졸업생 출신으로 작곡가로 활동하는 김천범씨가 도움을 줬다. 서 교사는 “졸업생 중에 작곡하는 친구가 있다. 피아노 반주 넣고 악기도 넣어서 오케스트라 분위기가 나게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한동글로벌학교 교사 기도회 때도 깜짝 공개됐다. 코로나 19로 학생들을 못 보는 상황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찬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나오자 다들 감동했다고 한다.

서 교사는 “지금 우리는 (코로나 19로) 특별한 고난주간을 보내고 있다”며 “사순절 기간 무엇 때문에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는지 학생들과 함께 묵상했으면 했다. 그가 오신 이유를 선곡한 것도 그 때문이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