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가 9일(현지시간) 하루 10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안을 논의했지만, 멕시코의 거부로 합의가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
OPEC+는 이날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5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현재보다 하루 10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이번 합의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했다. 그러나 멕시코가 이같은 합의 내용에 참여할 것을 거부했다고 회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OPEC+은 10일에도 회의를 이어가며 감산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는 “멕시코가 합의안에 완강하게 거부하는 상황은 코로나19로 심각하게 악화된 석유 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적으로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제 유가는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오가고 있다. 최근 원유 수요 감소량은 하루 3000만 배럴 이상이 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코로나19가 현대 사회를 거의 ‘멈춤’ 상태로 빠지게 하면서 얼마나 심각하게 수요를 악화시켰는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하루 1000만 배럴 감산’이 합의된다고 해도 수요 손실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잠정 합의안 소식이 전해지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9.3%(2.33달러) 하락한 배럴당 22.76달러, 브렌트유는 4.1%(1.36달러) 하락해 배럴당 31.48달러에 거래됐다. 1000만 배럴이라는 규모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10% 안팎이다.
블룸버그는 “원유 공급의 10%를 없애기로 한 합의 내용은 이례적이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OPEC+ 회의와 상관없이 시장은 폭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하메드 바킨도 OPEC 사무총장은 “코로나19라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괴수는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현재 수요와 공급 펀더멘털은 소름이 끼치는 수준이다. 우리는 2분기에 지금까지 보지 못한 원유 공급과잉을 보게 될 것”이라고 이번 긴급회의 때 밝혔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