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 허용치 20배 초과…맨홀서 근로자 3명 사망

입력 2020-04-09 20:57

부산 한 하수도 공사장에서 작업하던 중국교포 근로자 3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모두 숨졌다.

9일 오후 3시20분쯤 부산 사하구 하단동의 한 하수도 공사장 맨홀에서 작업하던 이모(59), 송모(62), 염모(52)씨가 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숨진 이들은 모두 중국교포다.

이들 작업자는 관 지름 0.8m, 깊이 4m 크기의 맨홀에서 작업하던 중 알 수 없는 가스에 질식됐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작업자들은 40여 분만에 119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119 대원이 질식사고가 난 맨홀에 대한 가스 측정을 진행한 결과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 유독가스가 검출됐다. 특히 일산화탄소 농도는 허용농도(50ppm)의 20배를 넘어서는 1000ppm 이상으로 나왔다. 일산화탄소가 6500ppm 이상인 상황에 노출되면 10분 안에 사망할 정도로 위험하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작업자 1명이 맨홀에 들어간 뒤 나오지 않자 맨홀 밖에서 작업 중이던 작업자 2명이 확인하러 들어갔다가 차례로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함께 작업은 총 5명이 진행했다. 사망한 3명 이외의 작업자 2명은 맨홀 밖에 있어 무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맨홀 현장은 부산 사하구 하단1동과 하단2동 일원에서 진행 중인 하수도 확충공사 구간 중 일부다. 2015년 10월에 시작한 하수도 확충공사는 총 17.758㎞ 규모다. 이 공사는 올해 6월 완공을 목표로 국비와 시비 등 289억원이 투입된다.

이 공사는 부산시가 발주했고, A 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컨소시엄은 해당 공사를 B 사에 하도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차 검안에서 사인이 질식으로 추정됐으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과수 등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시공사 등을 상대로 안전장비 착용과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