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장애인문학상 대상 김영숙의 시 ‘분이의 꿈’

입력 2020-04-09 20:19
분이의 꿈

김영숙 작

봉제공장 시다 분이는/첫 돐 되던 해 경끼로/정신이 어눌하다/까만 건 글씨요 하얀 건 종이다/묵묵히 불혹이 넘도록/참선 묵언중이다//
서른이 다 돼서 소박 맞고 오던해/흑암의 심연을 파먹는 박쥐 처럼/한 동안 깊은 동안거에 들었다//
엄니 밥 줘 엄니 밥 줘/두 손에 달랑 동전 몇 닢/귀 밑이 붉어 온다//
저 것도 목숨이라/에미 속 숯 검댕이 되어/살 얼음판 한 생을/시린 맨발로 살은 세월//
장대 같은 장마 비가 내리는/어느 여름 날/해조음 들끊는 애처로운/적조의 가슴앓이/몸이 운다//
낮아 질대로 낮아진/자아의 굴절 현상/먹 빛같은 까만씨 품고/핏 빛 분꽃이/제 울음 사루는 중이다/ /
분꽃 같은 분이가/온몸으로 삶을 버티고 있다/또다른 환생을 꿈꾸며/마애불로 서 있다(대상수상작 전문)

인천광역시중구장애인종합복지관(최상희 관장)은 ‘제12회 인천공항과 함께 꿈, 그리고 세상을 잇는 장애인문학공모전’의 최종입상자를 9일 발표했다.

장애인문학공모전은 지난 2009년부터 올해로 12회째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문학 인재발굴 프로젝트’로, 2020년 제40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주최하고 기호일보와 인천광역시중구장애인종합복지관이 주관한 행사이다.

이번 제12회 전국장애인문학공모전은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공항, 여행, 꿈, 장애인 인권 또는 자유주제’로 주제가 확대됐다. 착가작품 규모는 700여편으로 집계됐다.

공모전 심사위원으로는 ▲심사위원장 김윤식(시인, 前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 심사위원 김사연(인천문인협회 회장), 정민나(시인), 이상실(한국작가회 이사), 이병국(시인)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응모된 작품들을 읽으면서 장애를 지닌 채 살아가면서 겪게 된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다룬 작품을 읽으면서 삶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라면서 “유려한 문장과 구성을 통해 낯선 사건을 다룬 작품을 읽으면서 창의력에 놀라고 세계를 인식하는 고유의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입상자는 장애인 부문으로 대상·금상·은상·동상·가작·장려상 등 모두 19명이다.

대상은 김영숙씨의 시 “분이의 꿈”이 차지했다. 금상은 유재엽씨의 시 “꿈에”와 전우주씨의 산문 “그녀”가 수상작이 됐다. 은상은 이미화씨의 시 “아버지는 농부였습니다”, 김진영씨의 산문 “우유팩을 뜯지 않는 하이에나”, 임영은씨의 산문 “꿈을 향해 파이팅” 등 3명이 수상했다.

공모전 상금은 대상 200만원, 금상 150만원, 은상 70만원, 동상 30만원, 가작 20만원, 장려상 20만원으로 총 1000만 원의 상금이 19명의 입상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