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나가셨습니다’… 온라인 개학 첫날, 집집마다 혼선

입력 2020-04-09 17:57 수정 2020-04-09 20:29
중3, 고3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이 시행된 9일 서울 양천구 한 가정에서 개학을 맞은 중학교 3학년 쌍둥이 자매가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의 중3과 고3이 일제히 ‘온라인 개학’을 맞은 9일 곳곳에서 서버 접속 오류와 어수선한 수업 분위기 등으로 인한 혼선이 빚어졌다.

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김민준(가명·18)군은 8시에 시작되는 학급 조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7시50분부터 노트북 앞에 앉았지만 수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 출석을 인정받기 위해 학교에서 지정한 화상회의 사이트에 접속하려 했지만 사이트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안에 있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총동원해도 안되다가 막판에 태블릿PC로 간신히 접속에 성공했다. 이마저도 화면이 절반쯤 잘려 나왔다.

김 군은 이날 실시간쌍방향 수업과 녹화 영상으로 진행된 수업을 번갈아 들었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만 듣는 수업은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3학년 학생 전체가 동시에 듣는 수업에선 50분 내내 학생들이 접속 불량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있었지만, 채팅창에는 ‘○○님이 나가셨습니다’라는 알림이 5초에 한 번씩 반복됐다.

또 일부 학생은 수업이 끝난 뒤 사라진 ‘유령방’에 갇히기도 했다. 한 수업이 끝나면 다른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방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전 수업이 종료된 방에서 접속이 끊겨버렸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인 김군의 여동생 민서(가명·15)양의 개학 첫날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김양이 다니는 학교는 이날 녹화 수업으로만 진행했는데 일부 수업에서 교사가 올려놓은 강의 자료가 아예 열리지 않았다다. 끝내 강의자료가 열리지 않아 교사가 구두로 자료 내용을 설명해야 했다.

교사들이 미리 만들어 서버에 올려둔 온라인 강의 시간도 제각각이었다. 원래 한 교시당 수업시간은 45분인데 30분짜리 자료를 만들어 올린 교사도 있었고, 15분짜리 자료를 올린 교사도 있었다. 김양의 1교시 음악수업 강의 자료는 8분짜리 동영상 한편이어서 1교시 수업이 10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김양은 “학교에서 받는 수업이 아니라 그냥 자기주도학습 같다”고 말했다. 또 교사들이 구글 클래스라는 수업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아 학생들을 제때 대화방에 초대하지 못하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EBS 온라인클래스는 오전 9시부터 계속 접속 지연 사태가 벌어져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수업이 끝난 후 진행되는 테스트에도 문제가 많았다. 이 테스트를 통과해야 출결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 정답을 올려도 계속 틀렸다고 표시되는 일이 발생했다. 학생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교사는 그제서야 한 명 한 명 직접 정답처리를 했다. 간신히 첫날 수업을 마친 김양은 “너무 정신이 없었다”며 “다음 주에 다른 학년까지 개학하면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고 했다.

최신 사양의 스마트 기기가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도 온라인 수업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한승연(가명·15)양은 오래된 어머니의 노트북으로 수업을 듣느라 하루 종일 애를 먹었다.

한양은 “노트북이 너무 느려서 수업 때마다 동영상이 뚝뚝 끊긴다”며 “오늘 하루에만 몇 번이나 껐다 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대여해준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한양은 기기 대여 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한양은 “엄마가 쓰던 노트북인데, 오랫동안 안 썼더니 이제는 조금만 켜놔도 너무 뜨거워진다”며 “동영상도 끊기고, 노트북도 자꾸 뜨거워져서 막막하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