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후보들 잇단 막말에 이번엔 ‘중국 유곽’ 공약 파문

입력 2020-04-09 17:45 수정 2020-04-09 17:57
이근열 미래통합당 후보의 선거 공보물. 아래 쪽에 '중국 유곽'이라는 단어가 담겨 있다.

미래통합당이 총선 후보들의 잇단 막말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전북 군산에 출마한 같은 당 후보가 ‘중국 유곽 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워 지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유곽은 성매매 영업을 하는 업소나 집결지를 일컫는 말이다. 더욱이 군산은 2000년과 2002년 성매매집결지에서 화재 참사가 난 도시다.

9일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에 따르면 군산시 선거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이근열 후보는 선거 공보물에 ‘군산의 새로운 랜드마크 군산 차이나타운’을 제안하고, 5개 항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후보는 영화동 일대에 차이나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다짐하고 세부 항목으로 ‘문화센터, 백화점, 중국 유곽, 음식거리로 확대 발전’을 포함시켰다.

군산시민연대는 논평을 내고 “이 후보의 공약 가운데 ‘중국 유곽’이라는 내용을 보고 무지를 넘어 군산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연대는 “유곽의 사전적 의미는 예전에 관(官)의 허가를 받아 일하는 창녀들을 두고 손님을 맞아 매음(賣淫) 행위를 하게 하는 집이나 그 집들이 모여 있는 구역을 이르던 말”이라며 “이런 공간을 군산에 조성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시민연대는 또 “군산은 성 매매집결지로서의 아픔과 상처를 가진 곳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군산 유곽’, 미군 주둔으로 ‘군산 아메리카타운’, 대명동·개복동 성 매매집결지와 화재 참사로 많은 희생과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이 후보 공약은 역사 인식의 부재를 넘어 여성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마저 없다”고 꼬집었다.

시민연대는 이어 “30~40대 폄하, 세월호 막말로 국민으로부터 질타 받는 미래통합당은 이 문제를 단순한 경솔함으로 치부하지 말고, 당의 품위에 맞는 대책을 군산시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문이 커지자 이 후보 측은 입장문을 내고 “군산 차이나타운 조성 공약 관련 회의 중 (이 단어를) 발견해 별도 확인지시를 했지만 편집과정에서 공보물이 작성됐다”며 “최초 문서를 붙여 넣는 착오로 인해 공약집에 삽입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실수라는 변명보다는 거듭 확인하지 않은 경솔함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정의당 김종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미래통합당 후보들이 30~40대 세대폄하, 세월호 유족 모독에 이어 ‘유곽 조성’ 공약까지 끝을 알 수 없는 저열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미래통합당의 공천 시스템이 함량 미달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근열 후보의 사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공천을 주도한 황교안 대표가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