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 상징이던 ‘고법 부장판사 관용차’ 역사 유물로 사라진다

입력 2020-04-09 17:40
김명수(오른쪽 두번째) 대법원장이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회의실에서 사법행정자문회의 5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자문회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전용차량 배정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법원 제공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관용차’가 역사의 유물로 사라지게 됐다. 고법 부장판사의 전용차량은 그동안 법원 내 ‘출세주의’의 잔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의장인 사법행정자문회의는 9일 고법 부장판사 중 재판업무만 맡고 있는 경우 전용차량을 배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선 재판부에 있는 고법 부장판사는 재판 업무를 주로 맡아 전용차량을 대개 출퇴근 용도로만 써온 점을 감안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고법 부장판사 전용차량을 점차 감축하겠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예산 낭비를 최소화 하면서 향후 3~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전용차량을 감축해 늦어도 2024년 2월까지는 감축을 완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각급 법원장을 비롯한 기관장과 대외기관 업무수행상 필요성이 큰 일부 보직자에 대해선 전용차량을 유지한다. 단순 예우 차원의 전용차량 운영은 대폭 축소하되 실제 업무용으로 쓰는 것은 그대로 사용한다는 취지다. 자문회의는 고법 부장판사 전용차량을 폐지하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추후 논의할 계획이다. 검찰은 검사장 전용차량을 없애면서 명예퇴직수당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었다.

아울러 자문회의는 ‘점자 판결문’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법 서비스 개선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자문회의는 우선 점자 변환에 대한 전문성, 설비, 인력 등을 갖춘 외부기관과 협약이나 위탁을 통해 시행한 뒤 법원 자체 시행으로 옮겨오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방침을 정했다. 자문회의는 “판결문 이외의 기일통지서나 각종 소송서류에 대해서도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자문회의는 정식 재판이 청구됐거나 공판에 회부된 사건에 대한 ‘증거분리제출’ 제도를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증거분리제출은 기소할 때 공소장만 내고 재판 개시일에 맞춰 다른 수사기록이나 증거물을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에는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 등 일부에만 국한돼 있었다. 2020년 하반기 시범 실시를 거쳐 2021년 전면 실시할 계획이다.

다음 자문회의 일정은 다음 달 14일로 정해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