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취소, 아비뇽은 고민… 코로나에 휘청이는 유럽 여름 축제

입력 2020-04-09 17:33 수정 2020-04-09 18:29
코로나19 여파로 유럽에서 열리는 공연예술 축제들이 속속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아비뇽 페스티벌 등은 상황을 좀더 지켜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8일(현지시간) 올리비에 파이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이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모습. 아비뇽 페스티벌 홈페이지 캡처.


“5월 중순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면 축제가 연기될 것 같다.”

8일(현지시간) 올리비에 파이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오는 7월 3~23일 열리는 제74회 축제의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매년 7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아비뇽에서 열리는 아비뇽 페스티벌은 세계 최고의 연극축제다. 파이 감독은 정부 지침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건당국의 코로나19 관련 지침을 따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예정대로 축제를 올리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최근 프랑스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이날 파이 감독이 축제 취소를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파이 감독이 비록 예정대로 프로그램을 발표하긴 했지만 현지 언론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르 몽드는 “아비뇽에 70만명이 모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년 7~8월 유럽 곳곳에서는 수많은 공연예술축제들이 열리고 전 세계에서 예술가, 공연 관계자, 애호가 등이 운집한다. 하지만 적게는 수만명, 많게는 수십만명이 모이는 축제야말로 코로나19 전염을 폭발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영국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이 이미 취소를 발표했다.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 관문으로 잘 알려진 에든버러 프린지의 쇼나 맥카시 총감독은 최근 성명문을 내고 “가능한 선택지를 모두 고려했지만, 취소만이 유일한 대응책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코로나19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며 예정대로 개막을 알린 곳도 있다. 7월 23일 개막하는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과 8월 14일 개막하는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이 대표적으로 티켓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의 경우 개막을 약 2달 뒤인 7월 14일로 미뤄 축제를 개최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아비뇽 페스티벌처럼 개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곳이 많다. 축제 자체는 물론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 오페라 팬들의 성지인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6월 13일~9월 5일),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6월 22일~8월 1일) 등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100주년이라는 의미있는 해를 맞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사전행사 격인 부활절 축제(5월 29일~6월 1일)를 일단 취소했지만 본무대인 여름 음악축제(7월 18일~8월 30일) 개최 여부 결정을 다음 달 말까지로 미뤄 놓았다.

하지만 공연계 안팎에서는 정상 개최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연예술 특성상 최소 1~2주에서 많게는 한달 넘는 리허설 기간이 필요해서다. 게다가 축제 측은 최대한 결정을 미루고 싶지만 프랑스 언론은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4월 말까지는 개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극적으로 가라앉지 않는다면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가 유럽 공연예술 축제들의 올 여름 향방을 결정짓는 마지노선이 될 전망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