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실사 협조 안한 김봉현 측 컨소시엄…향군상조회 미스터리

입력 2020-04-09 17:31 수정 2020-04-09 20:15
그래픽=연합뉴스

보람상조는 ‘재향군인회상조회 인수 컨소시엄’으로부터 향군상조회를 매입한 직후인 지난 3월 5일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전날 계약 후 이날 실사를 하기로 했었는데 컨소시엄 측인 김모(58) 전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 H사 장모(38) 대표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오후쯤 연락이 닿은 김 전 이사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무실이 폐쇄됐다”고 둘러댔다. 향군상조회 사무실 문은 닫혀 있었다. 보람상조 측이 향군상조회 직원 협조를 받아 들어가자 컨소시엄 측은 오히려 “신뢰관계가 깨져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나왔다.

향군상조회 매각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도피 중에도 챙긴 계약이다. 그는 계약 자리에 나오지 않고 장 대표 등을 내세웠다. 보람상조는 향군상조회에서 290억원이 사라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보람상조 관계자는 “상조업계 발전을 위해 인수를 했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향군상조회 290억원 횡령 사건은 김 전 회장 측이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상조업계와 관련이 없었던 이들이 끈질기게 인수를 시도했고, 성공했다는 점에서 향군 지도부와의 유착 의혹도 제기된다. 김진호 향군회장 등 지도부는 이를 강력 부인한다.

김 회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향군정상화추진위원회는 김 회장과 장 대표의 연관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향군은 2017년 7월 H사의 전신인 A사와 부가가치통신망 사업에 진출했다. 김 회장과 장 대표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장 대표는 육군 3사관학교를 졸업한 직업군인 출신이다.

장 대표는 라임 자금 2500억원을 투자받은 메트로폴리탄이 향군상조회 인수에 나설 때도 등장한다. 장 대표는 메트로폴리탄으로부터 컨설팅비를 받고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당시 매각주관사 C법무법인에 드나들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하지만 메트로폴리탄은 라임 관련 회사라는 이유로 인수에 실패한다. 이어 공개 매각이 진행되는데 김 전 회장은 라임과 무관한 업체들로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에 성공한다. 장 대표는 이후 ‘향군상조회 부회장’으로 불린다.

향군 지도부는 장 대표와 김 전 회장의 관계를 몰랐고, C법무법인의 업무에도 관여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장 대표는 한두 번 본 사이일 뿐 매각 절차 때 전혀 연락하지 않았다”며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안타깝지만 라임이라는 ‘독소’가 컨소시엄에 포함된 것은 알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과 김 전 회장이 어떻게 컨소시엄의 인수를 확신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장 전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19일 라임 피해자와의 대화에서 “(김 전 회장이) 로비를 어마어마하게 했다. 인수가 컨소시엄으로 된다”고 말했고, 12월 24일 매매 양해각서(MOU)가 체결된다. H사의 전신인 A사는 인수가 완료된 지난 1월 사명을 H사로 바꿨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A사 시절 향군과 사업을 했던 흔적을 지우려고 사명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