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파동에 ‘소동’ 잇따르는 영화계

입력 2020-04-09 16:57 수정 2020-04-09 17:43
넷플릭스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타를 맞은 신작 영화들이 유통 플랫폼에 변화를 주면서 크고 작은 소동이 잇따르고 있다. 극장 중심의 기존 영화 생태계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잡음이다.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 직행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사냥의 시간’은 10일 190여개국에 공개 예정이던 출시 계획이 전면 보류됐다. 영화 해외 세일즈사 콘텐츠판다가 영화 해외 배포와 관련해 배급사 리틀빅픽처스를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8일 법원에 받아들여지면서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9일 “법원 판단을 존중해 콘텐츠 공개 및 관련 모든 행사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2월 26일 개봉을 앞뒀던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연기되자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택했다. P&A(마케팅) 비용 등이 소진됐던 차였다. 그러나 영화가 30여개국에 판권이 팔린 터라 ‘계약 해지의 적법성’을 두고 해외 세일즈사-배급사 간 분쟁이 시작됐고, 법원은 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천재지변 등 사유로 계약을 해지했다”는 리틀빅픽처스 주장에 대해 “해외배급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만족할만한 수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사정이 그(계약 해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국내 공개만 가능해진 넷플릭스는 콘텐츠 공개 전체를 보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투어’ 개봉과 관련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영화는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극장과 VOD 동시 개봉을 택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주 관객층인 애니메이션 특성상 안전을 고려한 조치이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인 CGV와 롯데시네마는 ‘트롤: 월드투어’에 대한 상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가 극장과 온라인을 통해 동시 개봉하면 영화 생태계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본래 극장 개봉용 영화는 2~3주간의 홀드백(유예기간)을 거친 후 부가 시장에 공개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CGV 관계자는 “신작은 없는 상황이지만, 극장과 부가 판권시장에서 같이 공개될 경우 혼란을 고려해 작품 상영을 하지 않는 게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영화는 VOD와 함께 메가박스 단독으로 29일 개봉하게 됐다.

영화 유통을 둘러싼 이 같은 소동은 극장이 멈춘 상황에서 활로를 모색 중인 영화들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일일 영화관 관객 수는 6~8일 3일간 1만명 대에 머물고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