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온라인 수업…추가 개학 땐 접속대란 ‘불보듯’

입력 2020-04-09 16:55 수정 2020-04-09 16:56


온라인 개학 첫날인 9일 일부 학습사이트에서 접속자 폭주로 인한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온라인 교육이 중·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만 대상으로 실시됐음에도 문제를 막지 못했다. 향후 대상 학년이 늘어나 수백만명 규모의 학생과 교사의 시스템 접속이 몰릴 경우 학습에 더 큰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온라인 개학 동시접속자 수는 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e학습터가 11만4000건, 위두랑 4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수업 개시 시점에 일부 사이트에서 학습 자료 업로드와 로그인 과정 등에 장애가 생기면서 다수의 교사·학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EBS온라인클래스에서 발생했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오전 9시50분부터 30분간 “현재 이용자 증가로 인해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잠시 후 다시 이용해달라”는 내용의 접속 지연 안내 공지가 올라왔다.

EBS온라인클래스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클라우드를 도입해 구축됐다. 하지만 이번 접속 장애의 경우 애플리케이션의 자체 서버와 저장장치 간에 데이터 흐름이 막히는 이른바 ‘병목현상’으로 인한 일시적인 네트워크 오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업계는 애플리케이션 자체 서버의 기술적 한계와 클라우드와의 호환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지적해왔다. 수백만명 규모의 로그인 시도가 원활히 처리돼야 하는데 현재의 온라인 학습사이트 시스템이 집중된 부하를 견뎌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클라우드의 유연성과 확장성도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가 단순히 서버 용량만 늘린다고 데이터 처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네트워크저장장치(NAS)나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등에서 클라우드 환경에 맞는 기술 최적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시간상 임시방편 수준의 조치만 이뤄져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정부는 EBS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에 접속이 몰릴 것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 300만 명과 중·고등학생 300만 명이 동시 접속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온라인 학습 도중 학생들의 접속 끊어지면서 자습 방식으로 수업을 전환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날 온라인 수업 대상이 두 학년 학생들로 한정됐는데도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중·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는 95만명 수준이다. 당장 오는 16일이 되면 전체 중·고등학교 학생 400만명에 더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의 수업도 시작된다. ‘접속 대란’ 사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BS 관계자는 “첫날 발생한 문제만큼은 향후 재발이 없을 것”이라며 “아직 여러 변수가 남아있지만 안정적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수업 플랫폼을 활용해 특정 사이트의 과부하를 막는 동시에 원격 수업의 질을 높일 것을 권장한다. 온라인 수업에 개별 교사의 자율성이 큰 만큼 보안과 수업 방식 등을 두루 고려해 플랫폼을 선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학습터는 네이버·한글과컴퓨터 등 국내 기업들이 공동 구축에 참여했다.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응을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운영 중이다. 네이버 밴드와 구글 클래스룸의 경우 대용량 콘텐츠 업로드가 가능하고, 카카오 라이브는 사용 방법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병민 건국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현 상황이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인 만큼 원활한 수업은 어려울 것”이라며 “교육 콘텐츠에 맞게 학업 성취를 높일 수 있는 플랫폼을 정하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훈 권민지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