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수업하자. 잘 들리니? 교재 33쪽 보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9일 중·고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됐다.스마트 기기를 통한 화상통화 방식 등으로 개학식과 수업을 진행한 학생들은 생소한 풍경에 어색해하면서도 기기 활용에 익숙해 비교적 능숙하게 온라인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외고 3층 복도에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교사의 노트북 스피커를 통해 빈 교실이 오랜만에 학생들 목소리로 시끄러웠다. 교사는 수업이 시작하기 10분 전부터 출석을 확인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일부 학생은 한 곳에 모여 수업을 함께 듣기도 했다.
화상회의서비스인 ‘줌’(Zoom)으로 진행된 이날 수업은 평소와 달리 빔프로젝터로 쏜 컴퓨터 화면이 그려졌다. 22명의 학생들의 이름과 화상 연결된 모습 등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 동안 교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등 평상시와 같은 분위기였다.
어른들은 전례 없는 온라인 수업에 걱정이 많지만 학생들은 신이 났다. 어떤 학생은 수업 시작 전 “열심히 하자”고 외치기도 했다.
이호림 교사가 진행한 실시간 수업에는 러시아어 학과 3학년 학생 22명이 전원 출석했다. 22명이 동시에 듣는 수업인 만큼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교사의 매끄러운 진행 덕분인지 집중도가 높아 학생들도 잡담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학생들은 수업을 마치면서 “음성과 영상이 끊기지 않고 수업도 잘 진행된 것 같다”며 “수고하셨습니다”고 인사했다.
이 교사는 “쌍방향 실시간 수업을 하면서 수업의 집중도와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며 “특수목적고의 전공 수업의 경우 EBS온라인 클래스로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수업은 원활하게 진행됐지만 온라인 수업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다. 이 학교 박미화 교감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과 호응이 좋은 편”이라며 “온라인 개학 초반에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것 같다”고 전했다.
온라인 개학은 이날 중·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중·고교 1, 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이 오는 16일에 한다. 초등학교 1~3학년은 20일부터다
충북도교육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시행되는 온라인 수업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원격수업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단은 원격수업 기반조성팀, 원격수업 콘텐츠 개발 및 교사 지원팀, 현장 컨설팅 지원팀으로 구성됐다. 교육지원청별로 구성된 원격수업 지원단은 초·중학교를, 도교육청 각 부서가 참여하는 원격수업 지원단은 일반고, 특수목적고, 특수학교 등을 각각 지원한다. 단재교육연수원은 교사 수업 역량 강화를 위한 온라인 연수도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온라인 개학이 처음 시도이다 보니 모든 준비를 완벽히 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개선해야 할 점을 파악해 보완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