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수염 총독’ 논란 해리스 대사 한때 사임설…美대사관은 부인

입력 2020-04-09 16:26

특유의 콧수염이 조선총독을 연상케 한다는 논란이 있었던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사석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초대 주한 미국대사인 그가 재임 기간 동안 각종 긴장과 갈등이 불거지는 데 당혹감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싶다는 해리스 대사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해리스 대사가 사석에서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까지 현 직책을 유지하고 싶지는 않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주한 대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로이터에 “해리스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 후 출범하는 2기 행정부에서 일하느니 차라리 11월까지만 (대사직을) 유지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해리스 대사의 사임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해리스 대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임자인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와 비교하면 직무 수행이 순탄치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이행하기 위해 때로는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한 적도 있어 역대 주한 미국대사 중에서 국민적 인식이 나쁜 편에 속한다. 일제 강점기의 조선총독을 방불케 한다는 비난도 나왔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대사관 대변인은 “해리스 대사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을 위해 지속적으로 적극 봉사할 것”이라며 “해리스 대사는 평소 ‘한국은 미국대사로서 최고의 근무지이자 미국에게 최고의 동반자이자 동맹’이라고 말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 당국자와 훌륭한 한국 국민, 독립성을 갖춘 언론과 적극 소통하며 한·미동맹 강화에 일조하겠다는 해리스 대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 본인은 언론에 나온 사퇴설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해당 보도가 나온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대사관저에서 오찬을 한 사실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트위터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해리스 대사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2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의 양끝에 앉아 식사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