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부·장 기업 투자 유치 영향
전자상거래·바이오 등 ‘코로나 특수’도 작용
“2분기부터가 고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가운데서도 올해 1분기(1∼3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투자 급감이 예상됐던 것에 비하면 다소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1분기 FDI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한 32억7000만 달러(3조9894억원·신고기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신고기준 지난해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FDI 실적은 일반적으로 신고기준 금액과 도착기준 금액으로 나누는데 신고기준 금액은 해당 기간 한국에 투자 의사를 나타낸 것을 의미한다. FDI 신고기준 금액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이어 3분기 연속 1년 전보다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FDI 실적이 악화하지 않은 이면에는 역설적으로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영향이 있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갑작스러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미국, 독일 등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유치했다. 그 결과가 1분기에 투자로 이어졌다. 미국 듀폰사가 2800만 달러 규모의 EUV용 포토레지스트 투자를 했다. 싱가포르와 일본 기업도 각각 기능성 플라스틱 소재인 고성능 폴리에틸렌 개발·생산과 반도체 생산공정에 필요한 석영유리 제품 생산에 1500만 달러의 투자를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확대도 한몫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술력이 우수한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이 글로벌 제약기업의 임상시험에 필요한 진단기기 개발과 생산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면서 진단기기 개발에 대한 해외 투자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과 한국 드라마와 예능, 음악 등 문화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여전히 활발했다.
하지만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 앞서 유엔 무역투자개발회의(UNCTAD)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와 내년 전 세계적으로 FDI가 30∼4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올해 1분기 FDI 실적 호조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7%나 감소했던 지난해 1분기 실적에 대한 기저효과 측면도 크다. 산업부는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투자국으로 확산하면서 2분기부터는 FDI 실적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