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코로나 2분기 진정돼도 0%대 성장”… 마이너스 성장 배제 안 해

입력 2020-04-09 16:00 수정 2020-04-09 16:06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분기에 진정되더라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9일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연간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1%를 넘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워낙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참 답변 드리기 그렇지만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은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금년 중 GDP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2.1%)를 큰 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경제의 흐름은 거의 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진행 양상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 상황을 어떻게 전제하느냐에 따라 전망은 아주 다양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0%대 성장’은 사실상 최선의 상황을 가정한 전망이다. 이 총재는 “2분기 중 전 세계에 걸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3분기 들어서면 경제활동이 점차 개선된다는 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나리오”라며 “이를 전제로 하면 금년에 플러스 성장을 하지 않겠는가 예상해본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시기는 제2차 석유파동이 벌어진 1980년(-1.6%)과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5.1%)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8일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1.9%)보다 크게 낮춘 -2.3%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은 없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결국 국내 경기 흐름은 코로나 진전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한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7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에 대응한 재정·금융·통화 정책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지켜보면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이달에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 7명 중 조동철 신인석 위원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더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한은은 코로나19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거시경제 하방리스크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완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집행부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경제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준은 지난달 3일과 15일 기준금리를 각각 0.50% 포인트, 1.00% 포인트 내려 0.00~0.25%로 인하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