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기업 CP 발행액 34%↑…“증권사 공격적 자금 확보”

입력 2020-04-09 15:38 수정 2020-04-09 15:42
여의도 증권가.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국내 단기자금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기업어음(CP) 발행금액이 전월 대비 34% 가량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기업의 CP 발행금액은 21조2472억원으로 전월(15조8375억원)보다 34.16% 증가했다.

특히 증권사들의 발행금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 3월 신한금융투자의 CP 발행금액은 1조3000억원으로 전월(500억원)보다 26배 가량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1조100억원) 미래에셋대우(1조원) 하나금융투자(6050억원) 삼성증권(3700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유동성이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에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자금 확보를 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에서 해외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 지수가 폭락하면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대거 발생해 이를 지불하기 위해 CP 발행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렇게 많은 ELS 마진콜을 많이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었다”고 전했다.

유가 급락으로 타격을 입은 정유사들도 CP 발행을 늘렸다. 지난달 SK에너지는 8750억원 가량을 발행했고, 현대오일뱅크는 7800억원이다. 각각 전월대비 236.5%, 73.3% 정도 증가한 수치다.

다만 정부가 마련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4월 본격 가동되면서 이달 들어 CP발행금액은 다소 감소했다. 이달 첫주 CP 발행 금액은 4조635억원으로 전주 대비 30.64% 감소했다.

CP 금리는 급등세가 진정돼 8일 기준 2.18%를 유지하고 있으나, 양도성예금증서(CP)와의 차이가 108bp 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날 일부 증권사의 CP는 3%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