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장 “자가격리자 손목밴드 도입 신중하게 해야”

입력 2020-04-09 15:06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의 실시간 위치를 추적하는 손목밴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9일 성명을 통해 “자가격리자에게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한 손목밴드를 착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자가격리 기간 중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하려는 정책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손목밴드와 같은 실시간 위치정보 확인 수단은 법률적 근거하에 최소 범위에서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의 신체에 직접 부착해 실시간으로 위치정보를 확인하는 수단은 그 도입에 있어 개인의 기본권 제한과 공익과의 균형성, 피해의 최소성 등에 대한 엄격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검사를 회피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자가격리자의 동의를 받아 손목밴드를 착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동의는 정보 주체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야 한다”며 “강제적 성격이 되거나 형식적 절차에 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우리가 겪어본 바 없는 위기로 우리 사회가 지닌 인권과 법치주의 역량을 확인하는 시험대”라며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쳐 이룩한 인권적 가치를 위기 상황을 이유로 한번 허물어버린다면 다시 쌓아 올리는 것은 극히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자료’ 중 “정부의 긴급 조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개인에 대한 모니터링은 그 기간과 범위가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최 위원장은 자가격리자에 “자가격리자 스스로 자신의 분별없는 행동으로 인해 사회 전체에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성숙한 공동체적 의식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코로나19 자가격리자의 무단 외출을 방지하기 위해 손목밴드를 착용하게 하는 방안에 국민 10명 중 8명가량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9일 발표됐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77.8%를 기록했다. ‘인권침해 요소가 있어 반대한다’는 응답은 16.5%이며 ‘모름·무응답’은 5.7%로 나타났다.

서지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