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대리시험 의혹…교육부 “올해부터 신분확인 더 강화”

입력 2020-04-09 14:52

올해 12월 3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신분 확인 절차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지난 수능에서 군 장병들의 대리시험 의혹이 제기되자 후속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통보받는 즉시 검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9일 “서울시교육청에 지난해 수능 대리시험 조사 결과를 요청했다. 조사 결과가 넘어오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재발방지 대책은 올해 수능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리시험 의혹은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처음 제기됐다. 군 복무 중인 대학생 A씨(20)가 같은 부대 선임 B씨(23)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수능에 응시했다는 내용이었다. A씨와 B씨가 수능 당일 휴가를 받아 B씨 대신 A씨가 수능을 봤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권익위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40여일간 1차 조사를 벌인 뒤 제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해 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수능 부정행위 감독 체계가 뚫린 것이다. 현행 대리시험 방지 규정은 비교적 촘촘하게 돼 있다. 수험생은 수능 응시원서를 낼 때 여권용 규격 사진 2매를 함께 제출한다. 사진은 원서 접수일 기준 6개월 이내에 촬영된 천연색 상반신 정면 사진이어야 한다. 이 사진 2매 중 1매는 응시원서에 부착되고, 1매는 수험표에 부착된다. 응시원서는 학교 등 접수처에서 고사장 감독관에게 바로 전달된다. 수험표는 예비소집 때 수험생들이 받아서 수능 당일에 들고 간다.

수능 날 수험생들은 책상 위에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올려놓아야 한다. 감독관은 해당 고사장 수험생들의 응시원서를 묶은 서류철을 들고 다니면서 수험생이 책상 위에 올려놓은 수험표, 신분증과 비교한다. 이 작업은 매 교시 시작 전에 반드시 하도록 규정돼있다. 아울러 1교시 국어 영역과 3교시 영어 영역 전 쉬는 시간은 ‘본인 확인 시간’으로 따로 설정해 확인 작업을 해야 한다.

수능 부정행위 가능성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먼저 감독관들이 본인 확인을 부실하게 했을 경우다. 이럴 경우 해당 감독관을 징계하고 연수를 강화하는 선에서 후속 조치가 마무리될 수 있다. 올해 수능에서는 감독관들이 한층 면밀하게 수험생 얼굴과 사진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고사장에 들어간 감독관 모두를 속였다면 교묘한 방식으로 감독관 눈을 속였을 수 있다. 감독관 연수 등으로만 대리시험 재발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지문 인증같은 별도의 신분 확인 절차가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가능성은 원서 접수 단계에서 신분증 위조를 통해 수험생을 바꿔치기 하는 방식이다. 병원 입원 중이거나 군 복무, 해외 체류 등 본인이 원서 접수가 어려울 경우에 원서 대리 접수가 허용된다. 이럴 경우 응시원서에 붙은 사진과 수험표, 신분증 그리고 수험생 본인 얼굴이 일치하므로 수능 당일 현장에서 감독관들이 잡아낼 수 없다. 이번 군 장병들의 부정행위가 이런 수법으로 밝혀질 경우 대리 원서 접수 제도를 손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