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온라인 개학…저학년 워킹맘들 “이제는 퇴사뿐”

입력 2020-04-09 14:49
게티이미지뱅크

“연차 휴가, 친정엄마 찬스 다 써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는데.. 정말 이제는 방법이 없어서 여쭤봅니다. 일 그만 두어야 할까요?”

최근 포털사이트의 맘카페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워킹맘들의 고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자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들의 눈앞은 캄캄하기만 하다.

지난달 31일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3·고3 학생들은 9일부터 학교가 아닌 각자의 집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한다. 16일에는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 4∼6학년이 원격수업을 시작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1∼3학년은 20일부터 참여한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워킹맘들은 어린 자녀들이 집에서 수업을 듣는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당장 걱정이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직장에 있을 동안 자녀들을 옆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지역의 한 워킹맘은 카페에 “참 답답하다”며 “현 상황과 수업일수 등의 문제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저학년 아이가 부모 도움 없이 매일 스스로 온라인 교육을 받는게 제대로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저학년 아이가 둘 이상 있는 집에서는 서로 방해가 되지 않게 수업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며 “더 나은 대책이 고민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들의 부담을 덜어줬던 돌봄교실도 혼선이 생겼다. 온라인 개학 이후 긴급돌봄을 이용하는 초등학생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7일 “온라인 개학 이후에도 돌봄교실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교마다 제각기 다른 공지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의정부 지역의 맘카페에는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가는 워킹맘이다. 학교에 문의해보니 온라인 개학인 20일까지만 긴급돌봄을 한다고 들었다. 다른 학교는 어떤 상황이냐”는 문의 글이 올라왔다. 이글에 학부모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나도 궁금해서 연락해봤지만 온라인 개학 후 운영 여부는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고 했다. 답답하다” “교육부 발표랑 다르다. 아이를 혼자 둘 수도 없고 걱정이다”는 댓글을 달았다.

포털사이트 카페 캡처

온라인개학 사태 속 퇴사를 고민하는 워킹맘의 사연도 등장했다. 또 다른 맘카페에는 “워킹맘들 온라인 개학 어찌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정말 이제는 방법이 없어 여쭙니다. 이제 일 그만두어야 할까요?”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 글에는 “나도 같은 고민으로 퇴사 결정했다”며 “주변에서는 애들이 알아서 잘 할거라고 얘기하지만 일단은 옆에 있어주기로 결정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퇴사 글에 이어 “온라인 개학에 맞춰 워킹맘들의 재택근무를 기업에 권고해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글쓴이는 “초 5, 중2 아이를 둔 40대 워킹맘”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뒤 “워킹맘들의 걱정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넘쳐난다”며 “아이들에게 스마트 기기만 주고 출근하는 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개학의 적응기까지는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 않겠냐”며 “재택근무를 각 기업의 실정에 맞게 하는 방식으로 권고하는 방향을 검토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EBS에 따르면 9일 오전 9시50분부터 10시20분까지 30여분간 사이트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이날 첫 정식 수업에 참여하려던 고3과 중3 학생은 접속오류로 오전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김유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