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 2의 마라도나’로 불렸던 아르헨티나의 ‘악동’ 카를로스 테베즈(36·보카 주니오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를 두고 한 실언 탓에 구설에 올랐다. 선수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지만 의도와 달리 정작 생활고에 시달리는 선수들은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선수들의 임금삭감을 둘러싸고 남미축구계에서 민감한 분위기가 조성된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테베즈는 지난 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현지방송 아메리카TV와의 인터뷰에서 “축구선수는 반년이나 1년 정도는 임금을 받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발언했다. 테베즈는 이 인터뷰에서 “(축구선수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오전 6시에 집을 떠나 오후 7시에 돌아오는 사람들만큼 절박하지는 않지 않은가”라며 “우리 같은 사람들, 즉 축구선수나 배우 같은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보살펴야 한다. 난 언제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축구계는 테베즈의 발언에 격렬하게 반응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에서 뛰고 있는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는 테베즈의 발언에 대해 “거짓말”이라며 비난했다. 파라과이 국가대표 출신이자 아르헨티나 프로축구팀 로사리오 센트럴의 미드필더 네스토르 오르티고사는 “다른 사람들의 지갑 사정에 대해 떠벌리지 말라”고 짜증을 냈다.
테베즈와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도 테베즈의 발언을 비판했다. 마라도나는 “물론 테베즈의 말처럼 임금을 받지 않아도 한동안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임금을 받지 않으면 한 달도 못버티는 선수도 있다”며 “이들이 도움을 받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이탈리아 세리에A를 누빈 테베즈는 이후 중국 상하이 선화에서도 연간 4000만 달러(약 490억원) 벌어들였다. 현 소속팀인 보카 주니오르에서도 물론 팀내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이번 소동에 대해 “남미 축구에서 임금삭감을 둘러싸고 벌어진 첫 대립”이라고 표현했다. ESPN은 “남미 축구에서는 1부 리그 선수일지라도 비교적 매우 낮은 임금을 받는 선수들이 있다. 임금 삭감의 여지조차 별로 없는 선수들”이라면서 “역사적으로 구단을 향한 선수들의 신뢰가 낮은 것도 근본적인 이유”라고 덧붙였다. 남미 축구에서 임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아예 임금을 떼이는 경우가 매우 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파업도 수차례 일어난 역사가 있다.
일례로 볼리비아에서는 최근 볼리비아 축구협회와 구단 회장들이 지난달 선수 임금을 50% 삭감하고 4월과 5월 임금도 25%를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1부리그 14개 팀 선수단 주장들이 영상 회의 끝에 이를 정면 거부했다. 이미 일부 구단에서 몇개월째 임금이 지금되고 있지 않다. 볼리비아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훌리오 세자르 발데비에소 감독은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려선 안된다. 단장들은 선수, 코치진과 함께 둘러앉아 타협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