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송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친오빠가 학교 측의 무책임한 대응을 고발하며 교육감 차원의 해결을 촉구했다.
송도 여중생 집단 성폭행사건 피해자의 친오빠 A씨(20)가 작성한 A4용지 16쪽 분량의 진정서를 9일 시사저널이 입수해 보도했다. A씨는 여동생이 다니는 B중학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해당 성폭행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우리 가족이 지난해 12월 23, 24일 두 차례에 걸쳐 폭행과 성폭행 사실을 B중학교 측에 알렸는데도 올해 1월 3일 단 한 차례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었을 뿐,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27일까지 피해자가 2차 피해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학폭위가 열린 당일 피해학생이 가해학생과 길거리에 마주쳤고, 가해학생이 이름을 부르며 쫓아와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A씨는 “B중학교 교장은 지난해 12월 27일 가해자들의 모친을 만나 ‘학교가 문 닫게 생겼다’고 얘기하는 등 피해자 가족들에게 상처를 줬고, 교감은 경찰에 사실확인서를 제출할 때 학교의 이름이 나가면 안 된다고 막았다”고 했다.
특히 A씨는 B학교가 사건을 축소시키고 합의를 위해 피해자 측의 개인정보를 누설했고, 이로 인한 2차 피해에도 눈감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A씨는 “1월말쯤 가해자 모친으로부터 오는 연락을 모두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학교폭력담당교사를 통해 전달했지만, 주소가 유출됐다”며 “가해자는 우리 집에 편지를 보내 ‘잘못이 없고 피해자가 오해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B중학교 관계자는 “학교는 절차에 따라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제기된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매체에 말했다.
A씨는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을 향한 호소의 말도 전했다. 그는 “사건이 터진지 3개월이 넘었는데도 교육감이 청와대 국민청원과 언론보도로 알게 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피해자는 교육의 장에서 배척되고, 성범죄자들과 섞여 불안 속에서 교육을 받는 ‘교육현장의 부조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학부모들을 대신해 도 교육감이 ‘일’해 주시길 호소드린다”고 했다.
송도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피해 여중생의 어머니는 ‘술을 먹이고 제 딸을 합동 강간한 미성년자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의 글을 올려 현재까지 32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9일 인천지방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A군(15)과 B군(15)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가해 학생들은 지난해 12월 23일 새벽 1시쯤 피해학생을 불러내 술을 먹이고 아파트 계단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B군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