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에 걸쳐 어린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가벼운 접촉이 있었을 뿐 피해자가 주장하는 수준의 추행은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감 A씨의 무죄를 확정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15년 10~12월 같은 학교 학생 B양(당시 10세)과 학교 폭력과 관련한 상담을 하던 중 팔을 쓰다듬고 등을 문지르는 등 4회에 걸쳐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학교 현관에서 교문까지 거닐면서 B양의 엉덩이 등을 움켜쥔 혐의도 받았다.
B양의 메모장에는 “교감 선생님의 까만 손이 정말 싫다” “뱀 같은 분” “아프고 수치심이 든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었다.
A씨는 “B양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격려하는 의미로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린 사실은 있으나 추행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B양의 진술, 메모장 등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이 낮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약 1년 2개월이 지난 후에야 고소가 이뤄진 점, 모친이 B양의 진술에 적극 개입한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A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커서 피해 횟수나 내용이 과장됐을 수 있다는 대검찰청 진술분석관의 분석 등도 증거로 채택됐다.
또한 2심 재판부는 “상담 과정에서 피해자를 위로, 격려하기 위하여 손을 잡거나 어깨를 토닥이는 등의 가벼운 신체적 접촉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하며 A씨에게 “유익한 경험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편파적인 결정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도 A씨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토대로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사정을 감안해도 피해자의 진술에는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존재한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여 피고인의 추행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