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의 푸드뱅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굶주린 배를 감당하기 버거운 상태에 놓였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미국 푸드뱅크 전 지사에 대기줄이 날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지만, 최근 단체로 기부되는 식료품과 자원봉사자들의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저마다 차를 몰고 푸드뱅크로 향했다고 전했다.
푸드뱅크는 먹거리 생산·유통·판매·소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잉여 먹거리들을 식품 제조업체나 개인에게 기부받아 이를 필요로 하는 복지시설이나 개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미국 식품지원 복지 서비스 단체다.
지난달 31일 펜실베이니아주 그레이터 피츠버그 커뮤니티 푸드뱅크에서 음식을 받기 위해 800대가 넘는 차량이 줄지어 늘어섰다. 이 지역 푸드뱅크 대변인은 이날 줄을 선 차들 가운데 800대만 음식을 받아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일 트위터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수백대의 차량이 푸드뱅크 앞에 줄을 지어 늘어서있다.
처음 푸드뱅크에 방문했다는 티니 메이슨(44)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통조림 한 캔이라도 더 긁어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터지자 메이슨이 요리사로 일하던 식당은 문을 닫았고 호텔에서 일하던 남편(49) 역시 일자리를 잃었다. 남편은 “옷, 월세, 자동차 리스비용보다 먹을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하루 100명의 사람에게 음식을 나눠줄 수 있는 네브래스카주 동부 오마하의 푸드뱅크는 요즘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난처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9배가량 증가해 9000명씩 줄을 선다. 아칸소주 존스보로의 푸드뱅크는 지난달 28일 토네이도가 강타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평소 기부받는 양의 절반가량만 들어온다. 기부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식료품 비축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워싱턴주와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자원봉사자가 부족해 주 방위군이 소매를 걷고 나섰다.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 푸드뱅크에서 16년간 일해온 마이크 매닝 지역 책임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아쳤을 때도 이처럼 기부받는 식료품 부족과 몰려드는 수요 급증을 동시에 경험해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푸드뱅크는 코로나19로 평소 잉여 식품을 기부하던 식료품점, 호텔, 식당 등이 문을 닫아 무료로 기부받던 것들을 돈을 주고 사들이고 있다. 오마하에 있는 하트랜드의 푸드뱅크에서는 통상 7만3000달러(약 8900만원)를 식량을 사들이는데 소비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지출액이 67만5000달러(약 8억2000만원)로 급증했다.
미국 최대의 푸드뱅크 운영단체 피딩 아메리카는 현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향후 6개월 동안 음식 기부를 위해 14억 달러(약 1조7000억)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피딩 아메리카에 1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단체가 필요한 금액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ed)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코로나19로 실직 위기에 처한 인구는 최소 2730만명에서 최대 6680만명에 이른다. 현재 지난달 15~28일까지 2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995만건으로 역대 최대 수치이다. 하지만 직장을 잃은 이들이 실업수당으로 의식주 전부를 감당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