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개 전기 도살은 동물보호법 위반”… 도축업자 유죄 확정

입력 2020-04-09 13:58

개를 감전시켜 죽이는 ‘전기 도살’이 동물보호법에 어긋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9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개농장주 이모(68)씨의 재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에 선고 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경기 김포에서 개농장을 운영하면서 개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연간 30마리 가량의 개를 도살한 혐의를 받았다.

앞선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가 사용한 도살방법이 축산물관리법에 규정된 전살법(전기로 가축을 도살하는 방법)을 이용해 개를 실신시켜 죽이는 방법으로 도축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씨의 도살 방법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섣불리 무죄로 단정했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다시 재판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물을 도축할 경우 동물을 즉각적으로 무의식 상태에 이르게 하는 조치, 즉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그 고통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한데, 피고인은 이 같은 인도적 도살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100만원 선고 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이씨는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파기환송심의 판단을 옳게 봤다. 대법원은 “동물보호의 생명보호와 그에 대한 국민 정서의 함양이라는 동물보호법의 입법목적을 충실히 구현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동물자유연대와 카라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개 전기도살 사건 유죄 판결’은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