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퇴치에 도움을 주고자 기부금 마련에 나선 가운데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토트넘)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
손흥민은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수들이 함께한다(#PlayersTogether)’는 이름의 캠페인 게시물을 올렸다. EPL 20개팀 주장들은 같은 날 캠페인을 통해 펀드를 조성해 영국 감염병 당국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운영하는 자선 단체에 기부금을 전달하기로 합의했다. 손흥민도 이에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펀드 기금은 코로나19의 최전선의 NHS 직원, 자원봉사자, 환자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쓰일 예정이다. 조던 헨더슨(리버풀), 해리 맥과이어(맨유), 트로이 디니(왓포드), 마크 노블(웨스트햄) 등이 기금 관리를 맡게 되는데, 이들은 400만 파운드(약 60억원) 이상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세르지 오리에, 루카스 모우라, 에릭 라멜라, 파울로 가차니가, 에릭 다이어, 토비 알더베이럴트, 해리 케인, 델레 알리(이상 토트넘), 페르난지뉴(맨시티) 등 유명 축구선수들이 함께 힘을 보탠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은 일부 선수들이 구단의 연봉삭감 압력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토트넘에서도 다니엘 레비 회장이 “선수들이 ‘축구 생태계를 위한 일’을 하길 원한다”고 언급하며 임금 삭감을 주장한 바 있다.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PL, 프로축구선수협회와 선수 대표들이 4일 화상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선수들은 자발적 기부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나선 것이다.
펀드 계획을 세우는 데 문제도 있었다. 선수들 간 큰 임금격차에, EPL엔 해외에 모국을 둔 선수들도 많아 기부 금액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대중에 공개된다면 민감할 수 있는 문제다. 이에 매달 받는 급여의 동등한 비율을 산정해 기부금을 받고 펀드를 조성하도록 했다. 또한 단체 이름으로 기부금을 전달해 선수들의 기여도가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을 역임한 게리 리네커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축구 선수들은 제 몫을 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EPL 선수들이 임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맷 핸콕 영국 보건부 장관도 “따뜻하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손흥민은 20일 제주 해병대 9여단 훈련소에 입소해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예정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