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원’ 아닌 ‘쏘리 원’”…‘거리두기 훈련’ 지침 어긴 무리뉴에 비난

입력 2020-04-09 11:53 수정 2020-04-09 13:40
주제 무리뉴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지난해 11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5차전 홈경기에서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의 소속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주제 무리뉴(57) 감독이 영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지침을 어긴 채 선수들을 훈련시킨 걸 시인했다. 영국 현지 언론에서는 스스로를 ‘스페셜 원’으로 불렀던 무리뉴 감독이 ‘쏘리 원’이 됐다며 조롱과 비난을 퍼붓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무리뉴 감독이 입장을 내 “나의 행동이 정부의 방침에 일치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무리뉴 감독은 “가족 이외 사람과는 접촉을 해서는 안된다. 보건당국을 돕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정부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며 사실상 사과 메시지를 냈다.

영국 런던 근교에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지침을 어긴 채 훈련하는 게 포착된 주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과 선수들. 트위터 영상 캡쳐

무리뉴 감독은 지난 7일 북런던 지역에서 미드필더 탕귀 은돔벨레, 윙어 라이언 세세뇽,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와 만나 훈련을 지시하는 장면이 영상에 찍혀 물의를 빚었다. 무리뉴는 이 공원에서 은돔벨레를 직접 지도했고 세세뇽과 산체스는 주변에서 함께 짝을 이뤄 달리기 훈련을 했다. 2m 안에 근접해 훈련하지 않도록 한 영국 정부 지침을 대놓고 위반한 셈이다. 무리뉴 감독이 이 선수들을 만나러 간 것 자체도 정부 지침 위반이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한 시민은 가디언에 “세 선수가 훈련을 마치고 (공원에서) 걸어내려오는 걸 봤다. 서로 20m 정도 떨어진 채였다”라고 제보했다. 이 세 선수는 모두 근처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 제보자는 수비수 후안 포이스와 세르주 오리에도 각각 1마일(약 1600m) 정도 떨어진 채로 같은 길을 걷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두 선수가 정부 지침을 어긴 채 같이 훈련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디언의 축구 칼럼니스트 폴 도일은 이날 ‘오 토트넘 홋스퍼여, 어찌 이리 부주의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무리뉴 감독을 ‘쏘리 원(The Sorry one)’이라고 비꼬았다. 무리뉴 감독이 과거 스스로를 ‘스페셜 원(The Special One)’이라고 불렀던 걸 끄집어낸 호칭이다. 그는 “구단이 여기 대해서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하나. 납세자들에게 대신 답이라도 해달라고 해야하나”라고 꾸짖었다.

다만 토트넘 팬 일부에서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구단 최고 이적료를 경신해 프랑스 올랭피크 리옹에서 영입했던 은돔벨레의 경우 지난해 부진한 활약으로 무리뉴 감독이 직접 공공연하게 나태한 태도를 비판한 바 있다. 때문에 무리뉴 감독이 직접 훈련을 지시 감독하려고 한 건 그만큼 선수의 기량을 다시 살려보려는 간절한 마음에서라는 설명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