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세계보건기구(WHO)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WHO가 중국 편향적이라고 비난한 것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정치 쟁점화하지 말라고 반박하자 재차 역공을 가한 것이다.
8일 C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백악관 브리핑에서 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거듭 비판하며 자금 지원을 보류하겠다고 다시 한번 위협했다. 그는 “현재 조사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할지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그사이에 우리는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WHO)이 중국과 가진 관계를 봤을 때 그(테워드로스 사무총장)가 정치화를 이야기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중국은 4200만 달러를 지출하고 우리는 4억5000만 달러를 지출한다. 그런데 모든 것은 중국 방식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를 또 거론하며 “그들은 내가 중국에서부터 들어오는 항공편들을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나를 매우 강하게 비판했다”고 거듭 말했다.
앞서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만일 당신이 더 많은 시체를 담는 포대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라. 당신이 원치 않는다면 그럼 그것을 정치 쟁점화하는 것을 삼가라”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마이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사퇴 문제를 거론하며 역공에 힘을 보탰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WHO 자금 지원 문제를 재평가하고 있다고 밝히며 “(국제)기구들은 일해야 한다. 설립 취지에 맞는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며 “우리는 WHO뿐 아니라 모든 국제기구가 우리의 납세자들의 돈을 제대로 쓰고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사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그와 같은 종류의 변화를 가할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WHO가 어떻게 수행해왔는지에 대해 되돌아볼 많은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WHO는 이번 코로나19 대응 국면에서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까지 WHO의 가장 큰 자금원은 연간 5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는 미국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이 향후 10년간 600억 위안(약 10조원)의 통 큰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