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육상 전설’ 父子의 삶 모두 앗아간 코로나19

입력 2020-04-09 11:25
1988 서울올림픽 남자 800m 출전 당시 도나토 사비아. 이탈리아육상연맹 홈페이지

1988 서울올림픽에 출전했던 이탈리아의 ‘육상 전설’ 도나토 사비아(57)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세상을 떠났다. 그의 부친도 앞서 코로나19 투병 중 임종해 부자(父子)가 모두 같은 병마에 사망한 비극을 맞게 됐다.

이탈리아육상연맹은 9일(한국시간) 홈페이지에 사비아의 부고를 전하며 “아버지를 잃고 며칠 지나지 않아 사비아도 세상을 떠났다. 부자의 삶은 세계를 흔든 ‘악’에 의해 멈췄다. 사비아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운동선수였고, 무엇보다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된다”고 밝혔다.

사비아는 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과 1988 서울올림픽에서 남자 800m에 출전했던 이탈리아 육상 국가대표였다.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지만 트랙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이탈리아 육상을 이끈 인물로 기억된다. 주력 종목은 남자 400m와 800m였다. 서울올림픽에서는 7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나라다. 확진자 수는 미국,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다. 전날까지 13만9422명이 감염됐고, 1만7669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2명은 사비아 부자다.

사비아는 부친의 사망과 동시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이탈리아 바실리카타주 포텐자 성카를로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병상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이탈리아육상연맹의 알피오 지오미 회장은 “사비아는 모두를 사랑했던 사람이다. 모든 이탈리아인을 대신해 사비아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추모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