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 제법 통제” 정점 찍자마자 유럽, 다시 문 열 준비

입력 2020-04-09 11:00
AP연합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한 국가들이 앞다퉈 봉쇄조치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은 자국 경제를 의식한 움직임이지만 전문가들은 2차 대량감염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우려하는 상황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입한 엄격한 제한 조처를 점차 철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가 가장 엄격한 편에 속하는 이탈리아는 현재 봉쇄령의 단계적 해제 시점을 고민 중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전날 내각 장관 및 과학 전문가들과 회의를 하고 봉쇄령의 점진적 해제를 논의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 오는 15일부터 일부 생산 활동을 제한적으로 재시작하고 전국 이동제한령은 다음달 4일 이후 완화하는 이른바 2단계 해법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스트리아도 오는 14일 소규모 상점 영업 재개를 시작으로 하는 구체적 봉쇄 조처 완화 일정표를 발표했고, 체코도 9일부터 일부 상점의 운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덴마크 역시 15일부터 탁아소와 유치원, 초등학교 문을 다시 여는 것을 시작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제한 조치를 점진적으로 풀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도 20일부터 점차 봉쇄 조처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자 경제 정상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NYT는 “각국 대화의 방점이 당장의 목표인 생존에서 장기적인 목표인 생계 보전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환자들이 이탈리아 북부 룸바르디아 주 브레시아의 한 병원에 마련된 임시진료소에 누워있다. AP연합뉴스

로베르토 스페란자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은 자국 내 코로나19 감염률 감소 관련 최신 통계치에 대해서 현지 방송에서 “엄청난 결과”라며 “조처들이 효과 있었으며, 우리는 드디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자찬했다. 아담 보이테흐 체코 보건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제 팬데믹을 제법 통제할 수 있다. 팬데믹이 우리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성급한 정상화에 나섰다가 되레 대량 감염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국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탈리아는 의료진 인력을 보강하고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자들을 추적하는 모바일 앱을 사용할 계획이다. 일부 지역은 외출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고 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로이터연합뉴스

봉쇄 완화 계획을 발표한 오스트리아도 상점 내부에서나 대중교통 이용 시 얼굴을 가리도록 하는 새 규정을 도입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도 몇달간 유지할 예정이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우리는 신규 확진 사례 동향을 면밀히 감시해 이상이 생기면 정상화 조처에 즉시 제동을 걸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져도 적어도 몇 개월 동안은 완전한 국가 정상화보다는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스트리아 정부의 봉쇄 완화와 관련해 자문한 발터 샤헤르마이어 빈대학교 수학과 교수는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이 상황은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며 “2차 대량 감염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의 조반니 레차 감염병국장은 “신규 확진자 수 감소와 무관하게 이 바이러스는 우리와 함께 계속 있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장기전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