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축소됐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뉴질랜드의 한 전문가는 “중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최소 3만명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클랜드대학 의료정보 전문가 기레시 칸지 박사는 이날 스리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의 코로나19 자료들이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 10분의 1 정도로 축소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현재까지 집계된 코로나19 확진자가 8만2809명, 사망자는 3333명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칸지 박사는 그러나 중국의 이런 주장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오클랜드대학 동료 교수들과 다른 나라 사례를 토대로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적게 잡아도 중국 내 확진자가 30만명, 사망자는 3~6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속도 등에 바탕을 두고 통계 모델도 만들었다면서 “통계 모델에 따르면 중국의 감염자 수는 최소한 30만명, 사망자 수도 최소한 3만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칸지 박사는 “중국에서 지난 1월 23일까지 봉쇄령을 내리지도 않은 상태였다”며 바이러스가 몇개월 동안 마음대로 돌아다녔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국가, 특히 서방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실패한 것도 중국의 코로나19 축소 보고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칸지 박사는 “아시아 인접 국가들은 중국이 축소 보고를 해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눈치챌 수 있지만 멀리 떨어진 나라들은 그렇지 않다”며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내놓는 정보를 보고 상황이 돌아가는 걸 알 수밖에 없는데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축소 발표하고 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영국 BBC는 7일(현지시간) 중국의 발표에 대해 많은 나라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이 지난주 “중국의 보고는 코로나19 발생의 규모, 본질, 전파력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당국이 중국의 코로나19 발표를 불완전하다고 결론 내렸다는 보도도 최근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현지시간) 3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정보당국이 이런 내용이 담긴 기밀 보고서를 백악관에 전달했다며, 중국이 코로나19 발병 건수와 사망자 수를 실제보다 적게 보고해 상황을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31일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유골함을 운반했다는 트럭운전사의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우한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2547명이었지만, 이 운전사는 약 2배에 이르는 5000개의 유골함을 운반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우한시 관계자는 “1월 중순부터 2월까지 혼란스러운 시기에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일부 환자들이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SCMP에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