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음주 등 여러 이유로 간에 염증이 생기면 간이 점점 딱딱해지는 섬유화 현상(간경변증)이 나타난다.
이처럼 간 손상이 간경변증으로 악화되는 원인을 밝혀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유전자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세계 최초의 간 섬유화 예방 및 치료제 개발이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연구중심병원-프로젝트 바이오치료법개발-유니트 김효수·이은주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실험의학(J.Experimental Medicine) 최근호에 발표했다.
간경변증이나 폐섬유증, 만성신부전, 심근경색증 후 심부전 등은 대표적인 난치병이다. 해당 장기 세포들이 사멸돼 섬유질로 대치되면서 장기 기능이 소실되는 것이 공통된 원인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유수의 연구실과 다국적 제약사들이 섬유화 저지를 위한 치료제 개발에 투자하고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출시된 섬유화 예방·차단 치료제는 없다.
연구팀이 발견한 간경변증의 기전은 간 손상이 초래되면 ‘간 성상세포’에서 ‘TIF1 유전자’가 감소하면서 간세포의 사멸과 동시에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 쥐 모델에서 TIF 유전자를 제거했더니 간섬유화가 악화됐다. 반면 TIF 유전자를 주입해 보충해주면 간 손상 이후에도 간섬유화를 예방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을 위해 유전차 치료제를 개발해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검증한 것이다.
즉 섬유화 환경에서만 발현하고 섬유화의 주범인 간 성상세포에게만 전달되도록 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간 섬유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해 낸 것이다.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도 검증했다. 간 경변증 환자의 간에서 TIF1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동물실험과 동일했다. 간경변 환자의 간은 정상인에 비해 TIF1 유전자 발현이 저조했다. TIF1 유전자 치료로 간경변증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유전자 치료제를 상용화하기 위해 바이오벤처 주식회사 네오진팜을 창업했다. 현재 임상등급의 유전자치료제를 제작하고 있으며 향후 임상시험 허가용 동물실험을 완료하고 2년 후에 환자 대상의 허가 임상연구에 진입할 예정임을 밝혔다.
김효수 교수는 9일 “이번에 고안한 유전자치료제는 섬유화 환경에서만 발현되고 간 성상세포에 선택적으로 유전자를 전달하도록 디자인되어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것이 큰 장점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시도 중인 간 섬유화 치료제 후보들과 비교해도 우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