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종업원 2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울에 ‘유흥업소 주의보’가 내려졌다. 급기야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서울시내 유흥업소 400여곳에 대해 19일가지 사실상 영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국민일보가 8일 밤부터 9일 새벽까지 서울 강남과 홍대입구 인근을 돌아본 결과, 룸살롱은 거의 문을 닫았지만 ‘도우미’를 불러준다는 노래방이나 ‘헌팅포차’ 등은 여전히 성업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종은 손님과 접객원 간이나 손님 사이 밀접한 접촉이 발생하는 곳이라 이곳을 통한 집단감염 우려가 여전하다.
취재진이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 유명 유흥업소를 돌아본 결과 룸살롱과 클럽 등은 대부분 영업을 중단한 모습이었다. 강남구 뱅뱅사거리 인근의 한 룸살롱 관계자는 “납품하기로 된 재료를 받거나 행정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직원 한두명이 남아있긴 하지만 영업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 “단골손님들에게는 충분히 사정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호텔에 위치한 유명 룸살롱도 일단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러나 일부는 암암리에 영업을 이어가는 듯한 정황도 포착됐다. 지하철 2호선 선릉역과 역삼역 인근에는 룸살롱과 비슷한 형태의 유흥업소 전단지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전단지에는 “룸 70개와 여대생 종업원 15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고, 1인 손님을 가장 환영한다”고 적혀 있었다. 선릉역 인근 한 건물 관리인은 “건물 주차장 인근에서 남성 여러명이 서성이고 있으면 5~10분만에 스타렉스가 와서 싣고 가기를 하룻밤 동안 여러번 반복한다”고 귀띔했다.
유흥업소로 등록하진 않았지만 룸살롱과 비슷한 방식으로 접객원과 가까이 접촉해 술을 마실 수 있는 업소도 적지않게 운영되고 있었다. ‘아가씨 매일 100명 출근’이라고 적힌 노래방 입간판 앞에서 한 호객꾼은 “여성 종업원 100여명과 남성 종업원 30여명이 출근했다. 사람이 많을수록 인당 가격이 저렴해진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집단감염 가능성이 있는 업종으로 꾸준히 거론됐던 ‘헌팅포차’도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강남역 인근 번화가 등에 있는 헌팅포차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꾸준히 입장하고 있었다. 주말처럼 입구에 긴 줄은 서지 않았지만 실내는 90% 이상 손님으로 가득차 있었다. 손님들이 좌석을 돌아다니며 합석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음식물이나 비말 등에 의한 감염 전파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홍대입구에 비교적 최근 문을 연 헌팅포차에서는 10여명이 줄을 서있기도 했다. 입구 앞을 지키고 있는 직원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들에게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 술집을 찾은 조모(25)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될까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고 합석하러 돌아다녔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중요하긴 한데, 술도 마시지 못하게 하는 건 너무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줄을 서고 있던 김모(23)씨는 “PC방 등 놀 수 있는 곳이 다 문을 닫았는데, 헌팅포차까지 문 닫으면 뭘 하라는 거냐”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만난 대학생 신모(27)씨는 “젊은이들이 철없이 유흥을 즐기는 모습만 부각되는 것이 불편하다”면서도 “클럽이 문을 닫았다고 헌팅포차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신경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서울 시내 유흥업소 대부분이 문을 닫자 경기도 등으로 눈을 돌리는 듯한 움직임도 보인다. 한 유흥업소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서울이 문을 닫아도 유흥은 포기할 수 없다”면서 “오늘은 수도권 대형 도시 번화가의 헌팅포차에서 즐겨야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