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권위자

입력 2020-04-09 00:34

젠지 ‘비디디’ 곽보성이 조이로 세 가지 색깔을 냈다.

젠지는 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APK에 세트스코어 2대 1로 이겼다. 13승3패(세트득실 +18)가 된 젠지는 변함없이 리그 선두 자리를 지켰다.

이날 곽보성은 1세트부터 3세트까지 모두 조이를 골랐다. 1세트엔 6킬 1데스 10어시스트, 2세트엔 3킬 5데스 11어시스트, 3세트엔 3킬 0데스 8어시스트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팀이 승리한 1, 3세트에는 ‘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POG)’ 포인트를 독식했다.

같은 챔피언인데, 게임의 성격과 양 팀의 밴픽 색깔에 따라 팔색조처럼 변신했다. 그는 3세트를 치르는 동안 특성(룬)과 소환사 주문(스펠)을 모두 다르게 들었다. 플레이 스타일도 거기에 맞춰 변화무쌍하게 바꿨다. 챔피언에 대한 높은 이해도는 곧 라인전 승리로 이어졌다.

1세트에는 이렐리아를 상대로 맞아 ‘감전’ 특성과 ‘회복’ 주문을 선택했다. ‘커버’ 김주언이 순간적으로 돌진해 스킬을 쏟아붓는 ‘킬각’을 경계한 판단이었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곽보성은 “이렐리아와 라인전을 설 때면 조이가 위험한 상황이 많아 회복을 골랐다”고 당시를 복기했다.

첫 번째 아이템으로는 ‘도란의 반지’를 골랐다. 요즘 조이의 첫 아이템은 도란의 반지와 ‘부패의 물약’ 중 후자가 각광받는 추세다. 그러나 곽보성은 “근접 챔피언과 물약 교환을 하는 상황 자체가 별로라 봤다”면서 “일방적으로 상대를 때리기 위해 도란의 반지를 샀다”고 설명했다. 난타전을 하기보다는, 아이템 능력치를 활용해 아웃 복싱을 하겠단 셈법이었다.

2세트 때 신드라 상대로 선보인 ‘봉인 풀린 주문서’와 ‘순간이동’은 지난 4일 치렀던 드래곤X(DRX)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는 당시 맞라이너였던 ‘쵸비’ 정지훈이 선택했던 특성과 주문이다. 곽보성은 “정지훈이 이 룬을 들고 초반에 파밍 위주로 플레이하니 상대하는 입장에서 귀찮은 부분이 있었다”면서 “경기 후에 연습해보니 괜찮아 사용했다”고 귀띔했다.

3세트는 ‘콩콩이’와 ‘정화’를 골랐다. 그러나 핵심은 하위 특성인 ‘빛의 망토’였다. 상대가 갱킹 호응력이 뛰어난 르블랑, 미드 갱킹이 예리한 자르반 4세를 골랐기 때문이었다. 곽보성은 “르블랑, 자르반 4세로부터 사고 없이 가려면 빛의 망토가 필요하다 봤다”면서 “최대한 생존력을 늘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빛의 망토는 조이의 ‘주문도둑(W)’에도 발동한다.

이날 2승1패를 추가하면서 올 시즌 곽보성의 조이 승률은 91%(10승1패)가 됐다. 통산 승률은 68%(25승12패)다. 챔피언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법도 한데, 그런 건 없다고 못을 박았다. 대신에 곽보성은 “한 챔피언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어떤 챔피언이든 다른 미드라이너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픽한다”며 넓은 챔피언 폭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