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여행 상품 예약과 화장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몇 주 사이 중국에서 국내 여행 수요가 늘고, 화장품과 아웃도어용품, 외식업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8일 보도했다.
당국이 8일부로 76일간의 봉쇄령을 해제하면서 공격적인 소비 진작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다 기업과 공장들도 대부분 가동을 재개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해석과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멈춰섰던 중국 경제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일단 수치로 확인된다.
온라인 여행 상품 플랫폼인 트립닷컴에 따르면 청명절 연휴(4월 4∼6일) 기간 항공, 기차 등 교통편 예약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던 몇 주 전과 비교해 50%가량 증가했으며, 호텔 예약도 60% 늘어났다. 청명절이 낀 지난주 주요 관광 명소 입장권 판매도 한 주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중국의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Pindoduou)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이후 하루 평균 온라인 주문량은 5000여만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60%가량 급증했다. 특히 립스틱과 아이섀도, 눈썹용 연필과 같은 색조 화장품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둥싱증권의 장카이린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가 진정됨에 따라 소비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행과 화장품 수요 증가를 중국 경기 회복의 조짐으로 해석했다. 이어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 증가세가 지속할지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봉쇄 조처에 들어감에 따라 세계적인 불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기업의 국제 진출 컨설팅 업체인 맥라티어소시에이트의 제임스 그린 수석 고문은 “V자형 회복을 예상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며 “중국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의 컨설팅 회사인 롤랜드-버거 차이나의 첸커 선임 파트너는 “중기적인 소비자 신뢰가 장기적인 신뢰로 이어지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주요 원인으로는 국내적, 국제적 차원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불확실성”이라고 전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