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중심적이라는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에 자금줄을 끊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중국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WHO를 두둔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 논쟁으로 1라운드를 펼친 데 이어 이번에는 WHO를 사이에 놓고 ‘쩐의 전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WHO에 자금 지원을 보류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 “국제적 방역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각국이 공동으로 글로벌 전염병 저지전에 공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WHO가)글로벌 방역에서 지속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WHO의 손을 다시 한번 들어줬다. 자오 대변인은 “(WHO는)코로나19 발생 이후 국제 방역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국제사회의 인정과 찬사를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WHO에 힘을 실어주며 우회적으로 미국과 각을 세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WHO가 ‘아주 중국 중심적’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그는 “우리가 내는 돈이 그들에 가장 비중이 크다. WHO에 쓰이는 돈을 아주 강력하게 보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맹비난에는 WHO의 친중국적 행보가 깔려있다. WHO는 그간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중국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수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의혹이 일어도 되레 중국의 투명성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2월 초 중국 베이징에 방문해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중국의 통제 능력을 믿는다”고까지 했다.
WHO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앞으로 10년 동안 600억 위안(약 10조 원)의 통 큰 자금 지원을 약속한 중국 눈치를 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이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테드로스 총장의 모국 에티오피아에 강력한 재정 지원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중국과 WHO의 끈끈한 우호 관계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AFP통신에 따르면 현재 WHO의 가장 큰 자금원은 미국이다.
이날 폭스뉴스 보도 따르면 미국은 연간 1억1600만달러에 특정 프로젝트 수행금액으로 매년 1억~4억 달러를 추가 지원해서 총 5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