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가 선언된 일본에서 ‘도쿄 탈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일본 내에서 지역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7일 일본 닛칸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도쿄 도내의 터미널과 공항은 도쿄를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본에서 제일 큰 고속버스 터미널인 신주쿠 버스 터미널은 이날 이용객들로 넘쳐났다. 승강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이 대형 캐리어와 짐을 들고 있었다.
닛칸스포츠는 “이날 오후 신주쿠에서 이와테·모리오카역으로 향하는 교통편은 좌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일본은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말 도쿄에서 사가현으로 귀성한 30대 여성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 5일 이 여성의 70대 어머니와 80대 할머니도 각각 양성으로 감염이 확인되는 등 유사한 사례가 여러 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시마네·돗토리·이와테 3개 현만 아직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수도권 사람들이 지방으로 내려온다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덜했던 지방에도 집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의료진과 병상이 모자란 지방에서 감염이 확산될 경우 의료체계 붕괴가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가 주최하는 전문가회의의 바이러스학 전공 오시타니 히토시 도호쿠대 교수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소수의 감염자가 발생하는 것만으로도 의료체제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며 “바이러스를 퍼뜨릴 만한 행동은 가능한 피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지방 지사들은 도쿄 거주민들에게 이동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7일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히라이 신지 돗토리현 지사는 6일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이동하거나 관광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마루야마 다쓰야 시마네현 지사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우려를 나타내며 도쿄 등 수도권 주민에게 불필요한 왕래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나가사키 타로 야마나시현 지사는 7일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도쿄에서 야마나시로 탈출해 ‘코로나 피난’을 오는 것을 삼가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야마나시의 깨끗한 환경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기쁘지만 긴급사태 선언이 내려진 상황에서는 참아야 한다”며 “고령자가 있는 경우 (자신이 감염되지 않았는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지방으로의 이동 등 움직임은 철저히 삼가 주길 바란다”며 “지방에는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령자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8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7일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165명에 달한다. 아베 총리는 7일 도쿄도,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오사카부, 효고, 후쿠오카현 등 7개 광역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다음 달 6일까지 한 달 동안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