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3 86만명 첫 온라인 등교… 정부 10대 수칙에서 본 우려사항

입력 2020-04-08 17:50 수정 2020-04-08 17:59

중학교와 고등학교 3학년 학생 86만여명이 9일부터 온라인으로 새 학기를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39일이나 늦어진데다 선생님·친구들과 원격으로 만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됐다.

정부는 8일 원격 수업 지침을 배포했다. 통신망 과부하로 인한 ‘로그인 대란’과 개인정보 유출 같은 불미스러운 사고를 예방하려는 내용이다. 그러나 개학 하루 전 예고 없이 나온 지침에 학교 현장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날 학교 현장에 배포한 ‘원격수업을 위해 꼭 지켜야 할 실천 수칙’은 2개 주제 1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원활한 사용’이란 주제로 5개 항목이 하달됐다. 동시에 많은 학생이 접속해 인터넷 장애가 발생하는 상황을 줄이는 내용이다. 올해 중3 학생은 41만5000여명, 고3은 44만5000여명으로 추정된다(2019년 4월 1일 기준 교육 통계).

지침에 따르면 학교는 수업 시작 시간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교육 자료는 일정 기준 이하(SD급 480p, 720×480)로 제작해야 한다. 교육 자료는 가급적 수업 전날 오후 5시 이후에 업로드·다운로드 하도록 했다.

새 지침은 이날 정오에 배포됐다. 중·고교 교사와 학생들은 이미 지난 한 주 동안 회의를 거쳐 수업 시간표도 마무리하고 학생에게 공지를 마친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문을 통해 학교 현장에 이미 알린 내용으로 교사들은 아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금시초문이다. 언론을 통해 알았다. 이미 학생들과 수업 시간·방식 등을 정해놓은 상태”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는 뒤늦게 “교육부와 시·도부교육감 회의에서 일부 언급했던 내용으로 공문 시행 사실은 없다”라면서 “오늘 지침은 9일부터 준수하라는 게 아니라 16일 다른 학년 개학에 대비한 내용”이라고 말을 바꿨다. 원격 수업 시간을 학교별로 탄력 운영하는 내용 등은 정부 내부적으론 지난달 30일부터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개학 발표 시점(지난달 31일)에 현장에 공지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사고 우려도 상당하다. 지침을 보면 “개인정보 보호 등 보안이 취약한 영상회의 앱(웹)은 사용하지 않고, 보안 패치를 한 후 사용하라”고 했다. 영상회의 방에는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링크는 비공개하라고 했다. 반드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토록 했다.

하지만 교사는 보안 전문가가 아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시연했던 영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의 경우 최근 보안 문제가 불거진 상태다. 교육부는 줌의 보안이 강화됐다며 사용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교사들은 꺼림칙하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실시간 쌍방형 원격 수업을 시행하는 학교는 소수에 그칠 전망이다. EBS 강의 등 영상 강의를 틀어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토론하고 과제를 제출하는 형태의 수업이 일반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