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었다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사망자 수가 다시 치솟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일일 사망자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프랑스에서는 하루 사이에 1000명 이상이 숨져 누적 사망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미 CNN방송은 존스홉킨스대 집계를 인용해 7일(현지시간) 하루 미 전역에서 코로나19로 1858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일일 사망자 수로는 미국 내에선 물론 세계에서 가장 많다.
CNN은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의 신규 확진자 감소세에 고무돼 “터널의 끝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언급한 것을 상기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의 엉뚱한 연기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대신 그의 떠들석한 대통령직을 규정해온 습관들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망자 수가 암울한 이정표에 도달했다”고 했다.
이날 기준 미국의 누적 사망자는 1만2800명, 확진자는 40만명 이상이다. 앞으로 미 정부가 의료기관 입원 확진 사망자 뿐 아니라 자택과 요양원 등에서 숨진 환자들도 공식통계에 반영하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뉴욕시 주민 중 코로나19 증세를 보이다 자택에서 사망한 사람은 지난달 20일 45명에서 지난 5일 241명으로 늘었다.
프랑스 보건부도 사망자가 전날보다 1417명 늘어 1만32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명이 넘는 나라는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에 이어 프랑스가 네번째다.
이미 전국 이동제한령을 시행 중인 프랑스는 이를 더 강화할 태세다. 프랑스 파리시는 8일부터 오전 10시~오후 7시 사이 야외운동을 금지했다. 제롬 살로몽 보건부 질병통제국장은 “우리는 아직 이 유행병의 정점에 이르지 못했다”며 “약간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증가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누적 사망자가 6159명으로 하루 만에 786명 늘었다. 최근 신규 확진자는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사망자는 큰 폭으로 늘어 최고점을 찍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봉쇄 조치 해제 시점과 관련해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다”며 “지금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은 최악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 국가보다 앞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나 벨기에, 네덜란드 등은 확진자 감소세가 비교적 뚜렷하다. 그러나 리스티안 린트마이어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너무 일찍 대책을 내려놓음으로써 바이러스가 재확산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